미국 헬리콥터 머니 살포에도 기업 자금난 심화

입력 2020-03-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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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1주일 만에 MMF서 853억 달러 유출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헬리콥터 달러 살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몰고 올 잿빛 전망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겁에 질린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에서조차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MMF)에서 2월 중순 기준, 약 1주일 만에 853억 달러(약 107조260억 원)가 유출됐다. 단기 회사채 시장의 주요 구매자인 MMF는 정기예금처럼 운용이 안정적인 단기 투자 상품이다. 상대적으로 투자 리스크가 낮은 데도 자금을 뭉텅이로 빼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경기확장 국면 덕에 기업어음(CP)은 단기 국채에 버금가는 안전 자산으로 손꼽혀왔다.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한 것도 자금 유입을 늘려 프라임 MMF 규모는 약 8000억 달러로 MMF 전체의 20%에 달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MMF 시장을 뒤흔들었다. 1주일 동안 MMF 규모의 10%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운영하는 MMF에서도 대규모 자금이 인출됐다. 골드만삭스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나흘간 골드만삭스의 MMF 2곳에서 81억 달러가 유출됐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MMF가 보유한 CP 등 단기 회사채 18억 달러 어치를 매입하면서 긴급 수혈에 나섰다.

글로벌 자산운용 및 투자서비스 회사인 BNY 멜론이 운영하는 프라임 MMF에서도 1주일 만에 운용 자산 60억 달러 중 절반가량이 빠져나갔다. 이에 BNY멜론은 총 21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추가 유출을 막으며 MMF 구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자금 유출은 2008년 9월의 데자뷔다. 당시 한 달 만에 3910억 달러가 유출되면서 기업의 자금 융통이 꽉 막혔다. 자금 유출 속도로만 보면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MMF 자금 유출은 CP 금리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우려를 키운다. 3월 초부터 미국 CP 금리가 급등해 19일 기준 3개월물은 3.87%로 10일 만에 2.7배 뛰었다. 상환기간이 긴 트리플B 미만 채권 금리는 10%를 넘었다. CP와 회사채 금리 모두 리먼 사태 이듬해인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CP 매입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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