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달러인쇄기 재가동했지만...

입력 2020-03-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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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매입·개인대출 지원 등 대책 12년 전 금융위기 시 능가…전염병 사태, 이례적 금융정책으로 해결 가능할지 의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신화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충격에 대응하고자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코로나19 감염자가 4만 명을 넘고 금융시장의 동요가 계속되는 가운데 연준의 이례적인 정책으로도 경제가 새로운 금융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을지 불확실하다고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진단했다.

연준은 이날 일주일 전에 재개한 양적완화(QE)를 무제한으로 펼칠 것임을 선언하고, 이번 주에만 3750억 달러(약 470조 원)의 미국 국채와 2500억 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15일 연 임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70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양적완화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는데 불과 한 주 만에 이를 훨씬 뛰어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연준의 파격적 조치는 이뿐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가동됐던 ‘자산담보부증권대출기구(TALF)’를 다시 설치해 학자금 대출과 자동차 할부금융, 신용카드 대출 등 개인대출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매입한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하지 않았던 회사채 매입에도 나서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투자등급 회사채를 사들여 기업 숨통을 틔울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어음(CP)과 머니마켓 뮤추얼펀드 매입 범위도 확대된다.

연준은 또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메인스트리트 비즈니스 대출 프로그램’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미 이달 들어 시작된 코로나19 대응 초강수로 연준 보유자산 규모는 지난 18일 시점에서 총 4조67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는데, 앞으로 연일 이 기록이 경신될 것이 확실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보유자산 규모 추이. 단위 조 달러. 18일 현재 4조6700억 달러. ※회색 부분은 리세션.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이에 NYT는 연준이 달러인쇄기 예열을 다 끝내 가동할 준비를 완료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며 이날의 특별 조치는 다음 두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바로 ‘경제 전반에 걸쳐 달러가 급속하게 부족해지고 있다. 그리고 연준은 이런 부족 현상을 끝내기 위해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규모로도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NYT에 따르면 연준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두 가지 위기다. 첫 번째는 이미 진행 중인 위기인데 12년 전의 금융위기와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이 붕괴돼 경제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2008년 당시 금융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개인 대출 상환이 밀려 실물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는 코로나19가 억제된 이후에도 기업들이 광범위하게 파산해 수백 만 명의 미국인이 실직하게 되는 것이다.

무제한 양적완화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회사채 매입과 개인대출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직면한 현금흐름 위기를 해소, 대량의 실직 사태를 막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자주 공격하고 강달러를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모처럼 전화를 걸어 “용기가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금융정책으로도 전염병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미쓰비시UFJ은행의 구리하라 히로시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문제의 근원은 실물경제에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화 방법으로는 그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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