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일정 분산에 예비 청약자들 선택 폭도 넓어져
서울 재건축ㆍ재개발 정비사업지들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유예기간 연장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내달 28일 유예기간 전에 분양에 나설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던 정비사업지들은 정부의 3개월 연장에 한층 여유가 생겼다. 한 시점에 분양이 대거 쏠릴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예비 청약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서울에서 3월 중순 이후부터 연내 총 2만1938가구의 새 아파트가 분양된다. 민간 아파트 일반분양가구 기준으로 임대아파트는 제외한 물량이다.
이 중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분양되는 아파트는 총 1만7182가구로 전체 분양물량의 80.5%에 달한다.
최근 일부 정비사업 조합들은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 안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마치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총회를 강행하는 등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해왔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정부와 서울시가 총회를 연기ㆍ취소하도록 권고하면서 양 측의 갈등이 커졌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한제 적용을 3개월 연장키로 전날 결정했다. 조합들은 7월 28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면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에 5~7월로 분양 일정을 잡아 상한제 적용이 불가피했던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를 비롯해 △수색7구역 △증산2구역 △수색6구역 등이 상한제를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애초 4월 말 안에 분양을 진행해 상한제를 피하려 했던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신반포14차 재건축 아파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3차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 용두(용두6구역 재개발) △동작구 흑석3구역 등도 일정에 여유가 생기면서 안정적으로 분양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 서울 분양시장 최대어인 둔촌주공아파트는 이번 연장 조치의 최대 수혜 단지로 등극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둔촌주공 조합이 정한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합은 이번 유예기간 연장으로 협의 시간을 벌게 됐다. 둔촌주공은 총 1만2000여 가구의 대단지로 일반분양만 4700여 가구에 달한다. 웬만한 대단지의 총 가구수보다도 많은 일반 물량이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학교 운동장에서 총회를 강행하려 했던 개포주공1단지도 촉박한 일정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다만 HUG와의 분양가 협의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상한제 전에 나올 분양 단지들은 HUG와의 분양가 이견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분양 시기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번 조치에 혜택을 보는 건 조합뿐만은 아니다. 서울 새 아파트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예비 청약자들은 분양 일정이 분산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청약 단지들 중 1순위 청약 날짜가 다르더라도 당첨자 발표 날짜가 같은 경우 한 단지만 선택해 청약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번 연장 조치 덕에 조합들은 7월까지 공급 일정에 여유를 갖게 됐다”며 “예비청약자 입장에서도 분양 일정이 겹쳐 한 곳만 선택해야 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