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로에 선 대한민국 기업... 정부에 바란다

입력 2020-03-19 15:32수정 2020-03-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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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회사채에 정부보증 요구" 정유업계 "원유 관계 영세율 절실" 등…대기업 지원책 나와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1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대한민국 기업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경제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고, 지구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전 세계 국가들이 문을 걸어 잠갔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으로선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선진국들의 소비 수요 감소로 우리 경제는 수출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실물경제가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는 건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12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이미 경험했다.

당시 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은 바로 기업이었다. 모두가 움츠려 있었지만 '위기가 기회'라며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하며 민간 부문을 지원했다.

기업들은 이번에도 예상못한 재난이 발생한 만큼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책을 기대하고 있다. 일단 존폐 기로에 있는 기업들을 되살릴 방안을 강구한 후,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특히 문재인 정부가 19일 50조 원 규모의 특단 금융 조치를 통해 중기ㆍ자영업자의 자금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출 주력인 대기업을 위한 법인세 인하 등의 다양한 조치 역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비상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 산업에 걸쳐 상상 이상의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을 위해서도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이며,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피해가 가장 큰 항공 업계는 자금 규모 확대 및 지원 대상을 저비용항공사(LCC) 뿐 아니라 대형항공사(FSC)로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아울러 항공사 신용 만으로는 경영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 정부의 보증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미국은 금융지원, 세제 감면 등 항공업계에 최우선 지원을 할 예정이며, 독일과 프랑스 역시 무한대ㆍ무조건 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정유업계는 석유류 수요 급감에 따라 원유관세에 영세율을 적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영세율은 세금 부과 대상에는 포함하되 세율을 0%로 적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산유국 중 유일하게 원유에 3%의 수입관세를 붙이고 있다. 이 밖에 석유수입부과금 인하와 주요소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반도체 업종은 탄력근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관련해서 정부에서 예외 신청을 하면 조건별로 따져서 해준다고 하는데, 신청하고 기다리는 데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연구 개발에 매진해 초격차를 구현해야 하는데 탄력근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ㆍ통신 업계에선 스마트폰 판매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보조금 관련 방통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 역시 법인세 인하와 스피드있는 자금 지원,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을 위한 제도적 보완, 신산업 규제 완화 정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총은 특별근로시간 확대, 특별연장근로제 보완 입법을 비롯해 공항사용료 한시적 대폭 인하, 과감한 규제 해제, 통화스와프 확대, 국민연금ㆍ4대 보험료 납부 유예 등을 대안으로 쏟아냈다.

대한상의 역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과 서비스산업 피해 극복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법 입법 등을 요구했다.

전경련은 이날 자율주행, 신에너지 등 분야에서 총 20건의 '2020년 신산업 규제개선과제'를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신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며 "세계 경제 강국들이 앞다퉈 육성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빅데이터, 신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규제 장벽을 제거하고 기업 혁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1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내놨던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휘몰아친 당시 해외 및 국내 수요가 동시에 감소하고 수출과 생산이 급격히 위축되자, 정부는 '비상경제정부'를 가동해 기업 살리기에 나섰다.

특히 고용 규모가 크고 수천여 개의 협력업체를 거느린 자동차ㆍ조선ㆍ해운산업 등 주요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구조조정 △기업투자환경 개선 △신성장동력 육성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구조조정은 채권금융기관 중심의 '상시적'과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시장형' 방식을 병행했다. 해운산업을 위해 공공기관ㆍ민간투자자ㆍ금융권이 공동으로 4조 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 건조 중인 선박에는 4조7000억 원을 대출해줬다.

또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한 조선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지원금액을 기존(4조7000억 원) 대비 약 2배(9조5000억 원)로 확대했다.

기업들을 위한 미래 먹거리도 고민했다. 차세대 자동차로 부상할 전기자동차산업 육성책을 비롯해 교육ㆍ콘텐츠ㆍIT서비스 등 9개 유망분야에 대한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온갖 규제와 친노동 정책 등으로 '위기 때 투자'를 단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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