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피해야 하는데…” 갈 길 바쁜 ‘둔촌주공’ 곳곳에 암초

입력 2020-03-16 17:39수정 2020-03-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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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피하려 대의원회 강행…분양가 논란 여전ㆍ공사비 검증 결과도 변수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왼쪽 아래)과 둔촌동 일대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면서 사업에 진통을 겪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재건축 조합이 3.3㎡당 3550만 원으로 분양보증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 '분양보증 불가'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공사비 검증'이라는 복병도 등장했다. 조합원들은 조합 집행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내며 집단 반발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17일 오후 조합 사무실에서 긴급 대의원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안건은 △관리처분계획 변경의 건 △조합정관 개정의 건 △총회 참석자 회의비 지급의 건 △임시총회 개최의 건 △신축아파트 명칭 제정의 건 등 총 5건이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은 관리처분계획 변경의 건이다. 관리처분계획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진행에서 분양과 이주, 철거 등을 앞두고 구체적인 철거와 건설, 분양 계획을 최종 수립하는 단계를 말한다.

조합은 이날 대의원회의에서 HUG와의 협의에 따른 일반분양가를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안을 배부하고, 이에 따라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수립,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직 HUG와 분양가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배부되는 관리처분계획안에는 대의원회 개최일 이전까지 합의되는 금액이 반영된다. 현재 조합은 3.3㎡당 3550만 원으로 분양가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당초 HUG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3.3㎡당 2970만 원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나 HUG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HUG 관계자는 "조합 측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보증 신청이 이뤄진 현재 상황에서는 협상이 아닌 관련 기준에 따른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HUG는 원칙에 따라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둔촌주공 조합의 분양보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조합은 오는 4월 말로 예정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사업 진행을 강행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조합원은 물론 시장에서도 조합 측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 연장을 고려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의원회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둔촌주공 조합원 K씨는 “정부가 이번 주 중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구체적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대의원회를 열고 관리처분계획 변경 건을 처리하겠다는 조합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조합은 당장 대의원회 개최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으로부터 16일 전달받은 공사비 검증 결과도 사업 추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대상은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검증을 요청하거나 △공사비 증액 규모가 5% 이상(사업시행인가 이전 시공사 선정 시 10% 이상)인 경우다. 둔촌주공은 총 가구 수를 926가구 늘리는 등의 설계 변경을 하면서 공사비가 당초 계획보다 10% 이상 늘면서 검증 대상이 됐다.

감정원 측은 “공사비 검증 결과를 16일 둔촌주공 조합에 전달했다”며 “다만 결과 보고서 공개는 감정원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총 3000억 원 정도의 감액 권고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은 이를 근거로 시공사들과 공사비 재협상에 나서게 된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분양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 해임안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둔촌주공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온라인 카페 ‘둔촌주공아파트 입주예정자 모임’에서는 “(조합이) 대의원회를 강행할 경우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원을 설득할 만한 명분이 많지 않은 조합으로서는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조합이 예비비 등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하는 등 다양한 대응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둔촌주공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85개동, 총 1만2032가구의 초대형 단지로 탈바꿈한다. 일반분양 물량만 4800여 가구로 역대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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