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관리직→생산직으로 확대, 2017년래 업황부진 지속
국내 2위 자동차 부품 기업인 만도가 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선다. 정몽원 회장은 “회사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과감하게 단행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만도는 생산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순환 휴직을 추진한다.
회사 측은 최근 2000여 명에 달하는 생산직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골자로 한 ‘유휴인력 해소안’을 전달했다.
먼저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으로 1차적인 인력 조정에 나선다. 희망퇴직이 목표치에 미달하면 유휴인력을 구분하고 순환 휴직, 나아가 전환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생산직 직원 대상 희망퇴직은 만도가 2008년 한라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이다.
앞서 만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상반기 업황 부진이 지속한 가운데 작년 7월 임원 20%를 감원하고, 관리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당시 정몽원 회장은 담화문에서 "올해 사업계획 달성 여부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역성장을 하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하기 어려운 엄중한 위기"라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생산물량 감소로 인해 회사의 현금창출능력은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만도의 이런 실적 부진은 2017년 본격화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 이후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국 판매가 급락했고,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온 만도 역시 그 여파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사드 사태 이전(2016년 기준) 만도의 연간 영업이익은 3050억 원 수준에 달했다. 반면 2017년과 2018년 평균 영업이익은 2102억 원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하반기 구조조정과 소폭의 업황 개선에 힘입어 최악의 실적은 비켜 나가는 데 성공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만도의 2019년 영업이익은 2171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10.0% 증가했다.
임원과 관리직 구조조정을 통해 소폭 실적개선을 기록했음에도 여전히 사드 이전 수준인 2016년 실적에는 못 미친 셈이다.
저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됐던 만도의 실적은 올해 들어 뜻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더 악화했다.
현대ㆍ기아차가 중국 시장 부진을 겪는 사이, 그 사이 중국 로컬 부품업체와의 경쟁도 더욱 거세졌다. 글로벌 주요국들의 보호무역주의가 깊어지면서 현대ㆍ기아차가 중국 부품사들의 입찰을 100% 허용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완성차 메이커들이 잇따라 휴업에 나서면서 업황 부진이 극심해졌다. 결국, 실적 부진이 본격화되기 전, 생산직을 상대로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만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겹치며 향후 자동차 시장에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며 “완성차 업계 업황부진 지속에 대비한 선제대응”이라고 말했다.
정몽원 회장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내놓은 담화문을 통해 "회사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비상한 경영 효율화 조치들을 결행할 예정"이라며 "필요하지 않은 자산의 매각, 글로벌 라인의 최적화 조치, 재무 구조조정 등을 과감하게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