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 “비상 상황엔 비상한 대안으로…개성공단 마스크 생산해야”

입력 2020-03-12 13:31수정 2020-03-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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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비상 상황에선 현실적인 잣대가 아닌 ‘비상한 대안’으로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12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지구촌 위기 속에서 개성공단의 긴급 마스크 생산을 불가능하다고 할 때가 아니라 현실 가능하게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방역물자 생산 제안”...국민청원으로 이어져

김서진 상무는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 대안’을 타개책으로 처음 제기한 인물이다. 공론화를 위해 칼럼을 쓰고, 통일부 등 정부 관계 부처에 긴급 제안서를 돌리면서 설득에도 나섰다. 6일 청와대 게시판엔 개성공단을 재가동해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생산하자는 청원도 이어졌다. 12일 기준 참여 인원수는 1만 명을 넘기고 있다.

김서진 상무는 국내를 넘어선 전 세계적인 마스크 대란에 주목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증한 마스크 수요를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마스크 5부제’를 통해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마스크 수급난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현재 마스크 최대 생산량은 1000만 장 생산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략 800만 장 정도가 국내 생산량으로 추정된다”며 “의료진 등 방역 전선에서 발생한 수요 등을 제외하면 국민 1인당 마스크 1장으로 일주일을 착용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마스크 대란’이라고 표현했다.

김 상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마스크와 방역을 위한 보호복 등 방역 물품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지역 감염 확산속도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는데 마스크 제조업체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빠른 전파력이 방역물품 대란으로 이어져 지구촌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국회도 개성공단 방역물품 생산에 목소리를 내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11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마스크 대란을 개성공단 재가동을 통해 해결하자며 정부에 적극 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에서 “개성공단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새로 설비를 맞춰 생산량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설비를 활용해 생산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을 위한 긴급간담회’에서 “인도주의적 코로나19 대응을 계기로 개성공단을 열고 남북관계를 적극 풀어나가자”고 밝혔다.

◇“위생필터 교체용 면 마스크 생산해야”…개성공단 생산능력 충분

김서진 상무는 개성공단의 마스크 생산 능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대규모 생산시설과 숙련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방진 마스크 제조사 1곳을 포함해 이중 면 마스크 제조사와 위생 방호복 제조사는 각각 70여 곳이 있다.

김서진 상무는 “봉제업종이 사양산업에 접어들면서 국내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장이 부족하지만, 개성공단은 생산 여건이 준비됐다”며 “면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숙련공이 최소 3만 명이 넘고, 당장에라도 가동 가능한 50여 개 공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에서 방역용ㆍ방호복을 조달하면 보름정도 걸리지만, 오늘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면 내일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회용 위생 마스크로 현재 수급을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보건당국은 KF94 이상 마스크 사용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가정 내, 개별공간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혼란을 키웠다.

이에 김 상무는 위생용 필터를 교체할 수 있는 이중 면 마스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면 마스크 내 위생 필터만 교체해 사용한다면 기본적인 마스크 수급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처음 보건당국이 권고한 KF94 마스크 기준은 예방 차원에선 의미 있지만, 정부가 면 마스크 등 입장을 선회하면서 과도한 수준임을 인정했다”며 “면 마스크에 위생 필터를 교체해서 사용한다면 마스크 대란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방역 물자 수급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주관으로 의료전문가와 마스크 제조사, 원단 및 위생필터 공급 업체 등 관계자들이 협의해 안전 생산 기준을 설정하는 등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비상 상황에 맞는 관점에서 고민해야”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현실적인 여건상 어렵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마스크와 상관없이 개성공단이 열렸으면 하지만 마스크 문제는 공장 문제가 아니라 필터 공급이 부족해 증산을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통일부 역시 재가동을 원하지만, 원자재 반입, 북한의 반응 등 현실적인 여건상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정말로 ‘비상’으로 인식하는지 의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전시 상황에선 주먹밥이라도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비상 상황에 맞는 관점으로 대안이 가능한지 따져야지 통상적인 관점으로 대안을 마련하려면 풀 수 있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은 원칙적으로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다. 다만 부수적인 금융, 물품, 서비스 제공 문제가 제재와 연관될 수 있기에 일각에선 어렵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김 상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팬더믹’을 선언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대처를 잘하는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며 “전 세계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UN이 방역용품 생산에 한해서 개성공단 가동을 막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터 및 원자재 반입 문제 등 실무적 문제는 외교를 통해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북한에 코로나 19와 관련한 인도적 지원을 할 경우 대북 경제제재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필터 공급 부족 역시 KF94기준을 유지할 필요없이 낮추면 해결될 수 있다”며 비상 상황에서 돋보이는 외교력을 촉구했다.

아울러 북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는 “북한도 국경을 봉쇄하고 개학을 연기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북한 역시 개성공단 방역물품 생산에 협조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서진 상무는 “코로나19 사태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데도 대북제재 등 현실적 여건만 핑계로 댄다면 결코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개성공단에서 방역 물품을 대량생산하면 평화공단을 넘어 지구촌의 보건 생산 기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는 기회와 공존한다”며 “코로나19로 위축된 국내 경제도 회복하는 시작점이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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