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가격 전쟁’ 조짐에 대폭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폭락한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WTI는 일일 낙폭 기준으로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치로 주저앉으면서, 배럴당 30달러대에 겨우 턱걸이했다. 앞서 WTI는 전 거래일인 지난 6일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다른 주요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 플러스(+)의 감산 합의 불발 소식에 10.1%나 급락한 바 있다.
런던ICE 선물 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4.1%(10.91달러) 내린 34.3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한때 각각 30% 이상 폭락한 배럴당 30달러, 31.02달러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합의가 불발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가격 전쟁’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가 주저앉았다. 가격 전쟁의 시작은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플러스 장관급 회의에서 감산 논의가 틀어지면서부터 빚어졌다. 당시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확대를 주장했지만, 러시아가 반기를 들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그러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해 유가를 지지하려던 이전의 시도에서 돌연 입장을 180도 바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8일 원유 가격 인하에 나서는 동시에 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부르는 한편 저유가 국면에 대비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