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또 권력 기반 다지기…정적 왕족들 숙청 나서

입력 2020-03-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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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 모의 혐의로 고위 왕실 인사 3명 체포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실세 왕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권력 기반을 더 강화하기 위해 정적이 될 수 있는 유력 왕족들을 잡아들였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 정부는 빈 나예프 전 왕세자와 그의 남동생 나와프 빈 나예프 왕자, 살만 국왕의 남동생 아흐메드 빈 압둘아지즈 왕자 등 왕실 고위 인사 3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WP는 “이들은 왕위를 찬탈하려고 반역을 모의한 혐의로 체포된 것”이라면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실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조처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들은 30대의 젊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위를 순조롭게 계승하는 데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물들로 거론된다. 빈 나예프 왕자는 당초 왕위 계승 1순위였다. 그는 지난 2017년 6월 왕세자 지위와 내무장관직에서 물러났는데, 표면상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이었으나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당시 제2 왕위 계승자였던 무함마드 왕자를 왕세자로 책봉하기 위해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왕세자에서 물러난 뒤 사실상 가택 연금 상태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삼촌이자 살만 국왕의 유일한 동복 남동생인 아흐메드 왕자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대안’으로 꼽힌다. 예멘 내전 개입 등 강경한 대외 정책,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등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때면 그가 거론되곤 했다. 다만 아흐메드 왕자는 그때마다 왕위에 오를 생각이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무함마드는 왕세자에 오른 뒤 2017년 11월 사우디 부호와 왕실 인사 수십 명을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 감금한 뒤 부패 혐의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들은 왕실에 충성을 맹세한 뒤 거액의 ‘애국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이러한 강경 행보는 탈석유 정책을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이뤄졌다. 영화관을 인정하거나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결정은 여성과 청소년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재정이 악화하는 가운데, 왕세자의 무리한 개혁은 내부 일각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무함마드는 일말의 싹을 없애기 위해 본보기로 왕위 경쟁자들을 숙청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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