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국제 패션쇼 잇따라 중단...패션 생태계가 흔들린다

입력 2020-03-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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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2020~2021 FW 파리 패션위크 중 열린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무대를 걷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글로벌 패션 산업의 메카인 이탈리아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쇼 흥행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패션 생태계가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계 패션의 본고장들은 다음 시즌을 주름잡을 패션을 선보이느라 매년 두 차례의 패션위크로 분주해진다.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 밀라노, 파리로 이어지는 패션위크 기간이면 패션업계의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인플루언서에서부터 명품 바이어들까지 장사진을 이룬다.

그러나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된 파리 패션위크는 방문객이 줄면서 쇼가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패션위크 시작 당일만 해도 프랑스의 코로나19 감염자는 14명에 불과했으나 5일 만에 200명을 넘어서면서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정부는 급기야 5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했다. 이에 유명 바이어들과 패션잡지 편집자들은 쇼가 끝나기도 전에 파리를 일찌감치 떠났다. 일부는 아예 오지도 않았다. 2월 27일 파리에서 열린 이자벨마랑 패션쇼에서는 관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관람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2월 18일부터 24일까지 열린 밀라노 패션위크에서도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아주가 코로나19의 슈퍼 전파지가 되면서 ‘레드존’으로 지정, 밀라노 패션위크는 정해진 일정을 이틀 남기고 패션쇼가 모두 취소됐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무관중 쇼로 전환, 관람객 없는 썰렁한 극장에서 패션쇼를 열어 온라인으로 생중계했고, 이외에 예정된 패션쇼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미국의 대표 브랜드인 랄프로렌은 4월로 예정된 단독 패션쇼를 취소했다. 구찌도 5월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1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크루즈 컬렉션은 정규 컬렉션 외에 간절기에 입을 만한 옷을 선보이는 행사다. 주로 호주·미국·아시아 등에서 패션쇼가 열린다. 프라다 역시 5월 21일 일본 도쿄 크루즈 쇼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샤넬은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 계획이던 2019/2020 공방(메티에 다르) 컬렉션을 취소했다. 3월 16일부터 21일까지 6일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도쿄 라쿠텐 패션위크 2020 가을 행사도 취소됐다. 오는 3월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2020 F/W 상하이 패션위크는 연기됐다.

글로벌 패션쇼의 잇단 취소로 패션업계의 ‘밥줄’이 위협받게 됐다. 명품 기업들은 물론 패션쇼 이벤트 대행업계, 패션잡지들이 모두 영향권에 든다.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일 장(場)을 잃게 됐다.

지난해 글로벌 명품업계의 전체 매출은 3050억 달러(약 361조3000억 원)였고, 이 가운데 중국인이 40%를 차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중국에서 명품 매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매출의 9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 제한 조치로 프랑스, 이탈리아 등 명품업계 본고장으로의 중국 관광객도 감소해 패션업계가 ‘개점휴업’에 놓였다.

파스칼 모란드 파리 패션위크 조직위원장은 “패션쇼의 빈자리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공급망이 망가진 게 문제이고, 얼마나 지속될 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또 다른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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