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전략 바꿔 진단검사 확대 조기발견…고위험군 우선 검사
중증 환자는 의료기관, 경증 환자는 자가나 별도 시설서 치료
80%는 경증, 해열제만 먹어도 돼…숨은 환자 최대한 찾아내야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5000명을 넘어섰다.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하고 43일 만이다. 세계적으로는 발병지인 중국을 포함해 10개국에서 100명 이상의 환자가 나왔다. 발생국도 71개국으로 늘어 팬데믹(대유행)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 사망환자 증가세는 가파르다. 지난달 17일 30명에 불과했으나, 18일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신도인 31번 환자(61·여)가 추가되고, 다음 날부터는 31번 환자가 다녀간 대구 신천지교회(신천지예수교회 다대오지성전)를 중심으로 확진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20일에는 환자가 100명을 돌파하고, 엿새 뒤인 26일 1000명도 넘어섰다. 이때부터 하루 500명 이상의 환자가 추가되면서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는 5186명까지 불어났다.
가파른 확산세에 정부도 방역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과거 환자의 동선과 접촉자를 추적해 추가 전파를 막는 데 주력했다면, 현재는 진단검사 확대로 환자를 조기 발견하고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기존에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신천지 신도들을 우선 검사했으나, 앞으로는 일반 시민 중 고위험군에 대해 검사를 확대한다.
다만 방역 역량은 5000명 넘는 환자를 관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1일 기준으로 전국의 음압병상은 1077개에 불과하다. 인천·광주·경기·경남·제주를 제외한 11개 시도(세종 제외)에서 이미 가동률이 100%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환자의 약 20%를 중증 이상으로 보고 있다. 산술적으로 환자가 5400명을 넘어서면 음압병상은 중증 이상 환자만 수용해도 모자라게 된다. 이 경우 경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공공병원의 병상을 비워 마련한 치료병상(감염병 전담병원)도 중증 이상 환자를 치료하는 시설로 활용이 불가피하다.
의료기관을 중증 이상 환자들을 위한 기관으로 운영하게 되면, 경증환자들은 자가나 다른 시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미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중앙교육연수원 등을 생활치료센터로 운영해 경증환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현재 자가격리 상태로 대기 중인 대구지역 확진자 1800명도 다음 주 중 확충되는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갈 예정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환자의) 80%는 경증, 안정을 취하거나 치료를 안 해도 회복되거나 해열제 정도만 복용해도 된다”며 “100이라는 환자가 발생해도 전달체계 내에서 80은 의료자원과는 조금 다른 측면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숨은 환자를 최대한 조기에 찾아내 추가 전파를 차단하고, 의료자원 부족을 예방하는 것이다.
한편,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발생국가는 전날 66개국에서 71개국으로 늘었다. 전 세계 국가 수의 3분의 1에 달하는 숫자다. 3일 9시(한국 시간) 기준 이탈리아에선 2036명(사망 52명), 이란은 1501명(사망 66명)의 환자가 나왔다. 일본은 본토에서 268명, 크루즈선에선 70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밖에 프랑스(191명), 독일(157명), 스페인(114) 등 유럽 국가들도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