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FOMC 앞당길 수도...금리인하폭에 주목
미국 뉴욕증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까지 크게 하락하면서 주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일각에서는 뉴욕증시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1987년 ‘블랙 먼데이(Black Monday)’에 빗대어 ‘블랙 위크(Black Week)’라는 말까지 나왔다.
28일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57.28포인트(1.39%) 하락한 2만5409.36에 거래를 마치면서 11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S&P500지수는 24.54포인트(0.82%) 하락한 2954.22, 나스닥지수는 8567.37로 겨우 0.01% 올랐다. 주간 기준으로 3대 지수는 모두 10% 이상 하락했고, 직전 최고치에서는 약 13% 떨어졌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투매 현상이 벌어진 영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주에만 무려 3조6000억 달러(약 4360조 달러) 증발했다.
미국에서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왔고, 전파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까지 나오면서 미국 내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긴급 성명을 내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파월 의장은 28일 긴급 성명에서 “우리는 정책 수단을 사용해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며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은 작년 6월 이와 비슷한 문구를 써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이후 세 차례나 금리를 낮췄다. 이날 그의 발언에 증시는 낙폭을 줄였지만,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튿날인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이탈리아 특정 지역에 대한 여행 금지를 촉구하며, 미국 입국금지 조치 적용 확대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과 일본이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제약회사와 회의를 열어 백신 개발에 대해 논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대해 또 금리 인하 압력을 넣었다. 그는 “연준은 리더가 되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가장 낮은 기준금리를 가져야 한다. 연준의 금리는 높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0.5%포인트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 관측이 부상하는 한편, 회의 자체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물시장에 반영된 이달 금리 인하 확률은 현재 100%이며, 금리 인하 폭은 보통의 0.25%p가 아닌 0.5%p가 될 것이라는 비율이 90%가 넘는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되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출 지표 중 하나인 런던은행간금리(LIBOR, 리보)는 10년여만의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28일 시점에 3개월물 리보는 11.8bp(1bp=0.01%) 하락한 1.46275%로, 하루 낙폭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였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 연말까지 최대 3회 인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일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이는 어디까지나 증시 부양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는 이미 1.50~1.75%까지 떨어진 상황이어서 불확실한 위협에 대응한다고 성급하게 행동했다간 향후 실탄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경계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코로나19에 의한 공급망 혼란과 세계적인 여객 수요 침체는 직접 막을 수 없다. 금리 인하로 시장의 불안이 일시적으로 누그러져도 코로나19 유행이 멈추지 않으면 경기 하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