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장기화 땐 대규모 휴학 못 피해…학사운영ㆍ재정난 악화 '우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자 중국인 유학생들이 개강일에 맞춰 입국했다가 다시 돌아가거나 휴학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달리 이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의 생활을 꺼리는 등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27일 교육당국과 대학가에 따르면 개강 등 학사일정에 맞춰 이번 주 대거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인 유학생들이 입국 시기를 미루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인 유학생을 2주간 자율격리하기 위한 주요 대학의 기숙사 입소율이 예상보다 낮은 상황이다.
국내 대학 중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는 애초 기숙사 입소를 희망한 학생의 약 84%가 입국을 하지 않았다. 경희대는 애초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 기숙사에 450여 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받기로 했다. 26일 기숙사 입소를 마감한 결과 캠퍼스당 22명, 48명 등 70명의 중국인 유학생만 들어왔다.
경희대 관계자는 “기숙사 입소 신청자 중 나머지 380여 명은 중국에서 출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상보다 적은 수의 유학생이 귀국해 기숙사는 여유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유학생 3600여 명 중 국내에 머물던 600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입국한 유학생은 1000여 명을 제외하면 2000여 명이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도 이날 기준 애초 기숙사에 격리 입소가 예정됐던 중국인 유학생 91명 중 12명만 입소했다. 이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의 기숙사 입소 기간은 3월 1일까지다.
특히 최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경북 지역의 중국인 유학생들은 ‘줄휴학’을 하고 있다.
영진전문대는 이번 학기 중국 유학생 260여 명 중 223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영진전문대 관계자는 “40여 명만 최종 등록을 한 상태”라면서 “대구지역 상황이 심각해 중국에서 출국을 안 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경북대는 이번 학기에 중국인 유학생 190여 명이 입국할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3분의 1가량도 안 되는 60여 명만 들어온 상태다. 이 대학 관계자는 “대구 확진자가 급증한 영향이 큰 듯하다”며 “유학생을 관리하는 국제교류과에 휴학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달 2일부터 13일까지 온라인으로 휴학신청을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신청 기간은 아니지만 국내 재학생들의 휴학 움직임도 감지된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학부모들로부터 안전과 방역에 대한 문의가 종종 온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이대로 장기화한다면 재학생들의 대거 휴학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학생들의 대규모 휴학으로 이어지면 사립대학은 학사운영과 재정 면에서 힘든 상황에 맞게 된다.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100명만 휴학해도 (한 학기 등록금 400만 원 가정) 4억 원가량의 재정(수입)이 빠지는 셈”이라며 “올해 세워놓은 학사운영과 재정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