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복지·임금보다 ‘경영견제’ 역할 방점”

입력 2020-0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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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노조위원장 “복리후생만 챙긴다는 것은 오해…왜곡된 시각을 씌우려는 의도”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노조로부터 사외이사 추천을 받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중점 추진 과제였지만, 번번이 좌절됐던 노조추천 이사제가 다시 불씨를 살려낼지 주목된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을 포함한 노사 합의문을 도출해 냈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26일 “금융권의 노조추천 이사제는 경영의 투명성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그동안 사외이사는 금융 오너들의 거수기 역할만 했었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공기관 수장들의 경영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주요 금융회사 사외이사 제도는 줄곧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한 채 방치됐다. 사외이사 자리에 경영진의 측근이 포진돼 있고, 장기간 재직하며 거수기 역할로 전락했다. 심지어 전관예우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기업은행의 경우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최고경영자(CEO)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채워지며 이사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4대강 사업, 자원외교와 같은 건에서도 이사회는 한 번도 제동을 건 적이 없었다”며 “노조추천 이사제가 도입되면 이사회에 새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고 이는 건전한 경영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 결과 금융지주들은 셀프 연임, 채용비리 등 문제들이 계속해서 터졌다”며 “궁극적으로 노동이사제로 가기 전 단계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공공 금융기관으로서 건전성과 투명성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노조추천 이사제를 앞장서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노조추천 이사제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단호하게 “사실과 다르다”고 못 박았다. 특히 정치권과 경영진이 우려하고 있는 경영혁신 후퇴나 노동자 복리후생만 내세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불순한 의도’라며 반박했다.

그는 “공공기관(기업은행)은 이사회에서 복지와 급여 사항들을 향상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사외이사 한 명이 이사회에 들어갔다고 해서 직원들 급여나 복리 향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노조추천 이사제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씌우기 위한 불순한 정보”라고 선을 그었다.

기업은행 노조는 노조추천이사로 추천할 후보군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으로서의 국민의 이익 즉, 공공을 살필 수 있는 인물을 후보군에 올릴 생각이다. 노조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만을 추천할 의향은 전혀 없다는 게 노조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함께 희망퇴직 제도 개선안도 준비 중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임금피크제 대신 명예(희망)퇴직 제도를 개선해 혈세 낭비를 최소화하겠다는 각오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정년까지 받을 수 있는 돈의 45% 정도만 지급한다. 만약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정년은 길어지고 연봉도 기존의 280~290%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결국 명예퇴직 제도가 외면받는 이유다.

그는 “지점장이나 팀장 출신이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업무가 거의 없고, 업무 개발을 전혀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퇴직금을 포함한 희망퇴직 제도를 정상화하면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1인당 인건비보다 적어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동시에 인사 적체까지 해소할 수 있어 신규 채용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한 달 남짓 된 윤 행장의 평가는 유보했다. 대신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했다. 그는 “윤 행장이 아직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를 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코로나 라임사태 등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기관을 직접 찾아 지원과 관련된 본인의 철학이라든지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이 없었던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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