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시 따라야 할 청사진 각각 완성…EU “내 기준 따라야” vs. 영국 “경제·정치 독립 확실히 확보”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EU 총무위원회는 이날 영국과의 미래관계 협상 기본 방침을 정한 지침을 승인하면서 협상 권한을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수석대표에게 위임했다.
이번 지침은 앞으로 미래관계 협상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침은 46페이지의 문서로 돼 있으며 “구상 중에 있는 합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EU 기준과 상응하는 수준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명기했다. 아울러 “정부 지원과 경쟁, 국영기업, 사회와 고용 기준, 환경 표준, 기후변화, 관련 세제와 기타 규제 조치, 관행 등의 영역에서 이런 내용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지금처럼 무관세 등 EU와 열린 무역관계를 원한다면 EU 기준과 정책을 종전처럼 존중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영국이 규제 완화 등을 진행해 EU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르니에 대표는 “올해 말까지로 이행기간이 제한돼 있어 협상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울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협정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어 “이런 짧은 기간은 우리가 아니라 영국 정부가 선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BBC는 지침은 바르니에가 협상에서 따라야 할 청사진이며 EU는 지금의 출발점과 비슷한 최종 결과만을 받아들일 것이어서 이 문서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도 이날 보리스 존슨 총리와 리시 수낙 재무장관,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 수엘라 브레이버맨 법무장관 등 핵심 각료들로 구성된 브렉시트 전략 위원회를 열어 미래관계 협상 지침을 승인했다. 해당 지침은 27일 의회 보고와 함께 공개된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우리는 오는 2021년 1월 1일 경제와 정치 독립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말 우리는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벗어나 법과 무역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와 건설적으로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지침은 기존 EU와 다른 주권국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내심 EU와 캐나다 스타일의 FTA를 체결하기를 원하지만 EU 측은 영국이 지리적으로 너무 가깝다며 캐나다와 같은 취급을 받을 수는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한편 바르니에 대표는 “영국과의 첫 미래관계 협상이 오는 3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회의는 3월 말 런던에서 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