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전인대까지 연기…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최악 시련

입력 2020-02-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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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에서 정식 결정 예정…정보공개 지연 등으로 국민 불만 고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3월 5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은 코로나19로 올해 전인대가 연기될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2012년 출범 이후 최악의 시련을 맞이하게 됐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에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 중 하나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기가 거의 확실해졌다. 이에 시진핑 정권은 출범 이후 최악의 시련에 직면하게 됐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오는 24일 회의를 열어 당초 3월 5일 개막 예정이었던 전인대 연기 여부를 정식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상무위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는 주원인으로 꼽혔던 중구의 관습에 대해서도 억제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야생동물 거래 및 식품으로서 야생동물 소비 금지 등이 포함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24일 회의에서의 전인대 연기 논의를 제안했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전문가들은 전인대 연기가 절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중국 헌법에는 “전인대가 ‘최고 국가 권력기관’이며 매년 1회 개최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중국은 1985년 당시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이 개혁의 일환으로 일정을 공식화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매년 3월 전인대와 중국 최고 정치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개최했다. 이에 두 회의를 합쳐 ‘양회(兩會)’로 부른다. 또 1998년 이후로는 매년 3월 3일 정협을 개막하고 이틀 뒤인 5일 전인대를 시작하는 일정이 유지됐다. 전인대가 연기되면 정협도 마찬가지로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인대에서는 중국 전역에서 3000명의 대표가 참석해 향후 1년의 국가 기본정책을 결정한다. 특히 전인대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에서 발표되는 경제성장률 등 주요 경제지표에 대한 새로운 목표는 전 세계가 매년 주시하는 사안이다. 또 기업 및 각종 단체 대표 등 약 2000명의 정협 위원들도 베이징에 모여 국정 운영에 관한 여러 방안을 제안한다.

코로나19 사태로 35년 만에 이런 중요한 행사가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2002~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가 일어났을 당시에도 전인대는 일정대로 열렸다. 결국 전인대 연기는 코로나19가 정부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을 공산당이 인정한 셈이라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시진핑 지도부도 신뢰성이 약화해 정권 기반이 약해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미 중국 정부와 당은 정보공개 지연과 늦장 대응 등 코로나19에 대한 서투른 대처로 국민의 높은 불만에 직면했다.

지난 주말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가 시 주석이 1월 7일 당 최고 지도부 회의에서 했다고 하는 연설을 뒤늦게 발표하는 어리둥절한 상황이 벌어졌다.

치우스가 의도했던 것은 시 주석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최소 2주일 전에 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도와는 반대로 시진핑이 늦장 대응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게 됐다.

중국 난징대학교의 구쑤 법철학 교수는 “치우스가 시진핑 내부 연설 내용을 소급해 공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코로나19 사태를 처음 세상에 알린 의사 이원량의 사망과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 확대 이후 여론의 압박이 커지자 이런 예외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인대가 미뤄지면 시 주석의 4월 한국과 일본 방문도 불투명해지고 경제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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