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균 배양접시‘ 전락한 호화 유람선…각국, 일본 엑소더스

입력 2020-02-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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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자국민 구출”…미국·캐나다·홍콩 등 전세기 띄운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미국인 탑승객을 태운 버스가 17일(현지시간) 요코하마 항구를 출발하고 있다. 요코하마/AP연합뉴스
일본에 정박 중인 호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코로나19의 온상으로 전락하면서 세계 각국이 전세기를 동원한 자국민 탈출 작업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홍콩, 대만,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이 잇달아 전세기를 보내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한 자국민의 철수를 지원하기로 했다.

럭셔리 여행의 대명사로 꼽히던 크루즈 여행이 악몽으로 변질된 것은 이달 초부터다. 지난 5일 10명의 승객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요코하마항에 발이 묶였다. 승객들은 배에서 내리지 못한 채 격리 생활을 이어가야 했고, 확진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16일 기준 이 크루즈선에서 감염 판정을 받은 승객과 승무원은 총 335명이다. 전체 3700명의 탑승자 중에서 약 9%가 감염된 셈이다. 이렇게 ‘바다 위 특급호텔’로 불리던 크루즈선은 결국 ‘바이러스의 온상’, ‘병균 배양접시’ 등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계 각국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크루즈선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 계속해서 선내에 있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의 귀국을 돕기로 한 것이다.

가장 먼저 본국행 비행기에 오른 건 미국인들이다. 미국 정부는 이 배에 탑승한 미국인 380여 명 중 발열, 기침 등 감염 증상이 없는 사람들을 전세기에 태워 귀국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던 미국인 승객 300여 명은 17일 새벽 미국으로 돌아갈 비행기에 탑승했다. 전날 밤 배에서 내려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이동한 이들은 총 2대의 전세기에 나눠 탑승했다. 이 중 1대는 캘리포니아 트래비스 공군기지에, 다른 한 대는 텍사스 래클랜드 공군기지에 착륙할 예정이다. 귀국한 승객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감독 아래에 또다시 2주간의 격리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홍콩도 전세기를 띄워 이 배에 탑승한 330여 명의 홍콩 시민을 데려오기로 했다. 홍콩 보안국은 “전세기 투입 날짜는 일본 당국과 협의가 종료되는 대로 확정하겠다”며, 일본 측에 자세한 일정을 신속히 확인해달라고 촉구했다. 대만 또한 20여 명의 탑승 승객들을 대피시키고자 일본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캐나다, 이탈리아 역시 일본에 전세기를 보내 크루즈선에 탑승한 자국민의 철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역시 배에 탄 한국인들 가운데 귀국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국내 이송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막을 불과 약 5개월 앞둔 일본으로서는 초조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16일 기준 일본에서 확인된 코로나 19 감염자는 크루즈선 내 감염자 355명을 포함해 총 414명에 이른다. 코로나19사태가 잠잠해지지 않고 이대로 이어진다면, 오는 7월 24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쿄올림픽은 이미 각종 종목의 예선 대회가 취소되거나 일정·장소 등이 변경되는 등 코로나 19로 인해 악영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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