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포함 새로운 환자들, 중국 방문 이력 없어…“유행 시작 뒤늦게 파악 단계”
일본 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물론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가 다수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전염병 확산 방지와 중증 환자 대처 등을 위해 바이러스 검사 체제 강화, 의료체제 정비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전날 가나가와현에서 사망한 80대 여성이 죽고 나서야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이 여성의 사위이자 도쿄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70대 남성과 도쿄 인근 지바현의 20대 남성 회사원, 와카야마현의 50대 외과의사 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사망자를 포함해 이들 새로운 환자 4명 모두 최근 중국을 방문한 이력이 없어서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날 와카야마현에서 70대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남성은 전날 감염이 판명된 50대 의사의 진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해당 병원에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병원은 당분간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기로 하고 현재 입원 중인 환자에 대해서는 경과 관찰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발생한 감염자 218명을 포함해 총 252명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일본 내 유행이 이미 시작됐음을 이제 겨우 깨달은 단계라며 당국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전날 발생한 환자들의 감염경로를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요코하마에서 일본 환경감염학회가 연 긴급 세미나에서 신도 나호코 세계보건기구(WHO) 선임고문은 “중국에서는 이미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 이외 감염 경로를 추적할 수 없는 환자는 일본에서만 나왔다”며 정부와 의료기관의 감염 경로 추적 노력을 촉구했다.
같은 자리에서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병원의 오마가리 다카오 국제감염증센터장은 “일본 내에서 감염이 확산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제 의료기관이 환자 댕응 준비를 진행해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사망자를 포함해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여러 명 나온 것에 대해 도호쿠대학의 오시타니 히토시 교수는 “일본에서 이미 시작됐을 전염병 유행을 간신히 파악한 단계로 본다”며 “향후 곳곳에서 환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감염증학회도 이미 국내에서 산발적인 감염이 일어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발표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전문가들은 중증 환자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치사율은 전 세계에서 약 2%다. 그러나 각국이 감염자를 전부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아서 훗카이도대학의 니시우라 히로시 교수는 “실제 치사율은 0.3~0.6%”라고 추산했다.
치사율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등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낮지만 0.1% 이하인 계절성 인플루엔자보다 높아서 현 시점에서 일정 비율로 중증 상태에 빠질 환자가 나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에는 치료약이 없어서 치유는 기본적으로 환자 본인의 면역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오시타니 교수는 “중증 환자가 생명을 잃지 않도록 의료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체제가 필요하다”며 “치료나 대처를 어떻게 할지 환자들을 판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