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생산업체 폭스콘, 공장 재가동 승인에도 10%만 복귀…일본·영국 등 다른 나라 공장도 생산 차질
중국 각 지방정부가 주민에게 외출을 삼가도록 요구하는 조치를 잇따라 해제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계속 확대하고 있어 기업들이 활동을 쉽게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제조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 폭스콘테크놀로지그룹은 이날 중국 정저우 공장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 공장은 11일 재개 허가를 받았다.
미국 포드자동차도 10일 중국 공장 가동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닛산, 푸조와 시트로엥 브랜드의 프랑스 PSA 등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15일 생산 재개에 들어갈 계획이다.
문제는 재가동 승인에도 실제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폭스콘의 애플 기기 생산을 관할하는 iDPBG 사업부는 전날 “업무 재개 날짜는 앞으로 통지가 있을 때까지 미정”이라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폭스콘은 당국의 승인에도 이날 정저우 공장 인력의 10%인 약 1만6000명만 복귀했으며 선전 공장도 2만 명으로, 복귀율이 10%에 불과하다.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애플 공급업체들의 공장 재가동이 더 연기될 수 있다”며 “전국적인 교통 제한, 더 나아가 신종 코로나가 심각한 지역에서의 봉쇄 등으로 공장 근로자들의 일터 복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천신만고 끝에 근로자들이 고향에서 복귀하더라도 생산 재개에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각 지방정부는 제조업체들에 조업 재개를 위한 엄격한 안전 기준 충족을 의무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에 걸린 근로자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잠재적으로 14일간 격리 상태에 놓일 근로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스크와 고글, 장갑 등 보호 장비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공장 재가동이 요원하다. 광둥성에서 오토바이 머플러 공장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직원이 복귀하더라도 생산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며 “우리 공급업체와 고객사도 폐쇄된 상태다. 전체 공급망이 마비됐다”고 한탄했다. 이어 “우리는 4월에야 다시 문을 열고 5월에나 정상적으로 가동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는 거의 반년 동안 돈을 전혀 벌 수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제조업이 차지하는 가운데 공장 가동이 이렇게 차질을 빚으면 경제성장률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7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5.7%에서 5.0%로 대폭 낮췄다.
일본과 영국 등 다른 나라 공장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닛산자동차는 중국 부품 조달이 곤란해지자 일본 규슈 완성차 공장을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14일 생산 라인 2개 가동이 모두 정지되며 17일에는 수출차 생산 라인을 멈춘다.
도요타는 10일부터 아이치현 미요시시에 있는 엔진 등 부품 공장 생산 라인 일부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 CNN방송은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우한에서 8000km 이상 떨어진 영국의 중소 산업용 전자제품 업체 데일테크(Daletech)도 부품 조달 차질로 생산이 불투명해졌다며 이번 사태가 단지 중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