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주인과 새 주인의 '돈되는 동거'… 확산하는 부동산 '세일 앤 리스백'

입력 2020-02-11 10:40수정 2020-02-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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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팔고 그 건물에 재입주…공실 위험 줄어 임대수입 보장

▲파고다교육그룹은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서울 종로구 관철동 '파고다타워'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파고다타워 전경. (연합뉴스)

오피스 빌딩 시장에서 옛 주인과 새 주인 간 ‘동거’가 늘고 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파고다교육그룹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 ‘파고다타워’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재는 매입 희망사들이 입찰 여부를 정하기 위한 현장 실사 단계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매입 희망사들은 파고다 측에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세일 앤 리스백은 건물 매매 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원래 소유주가 그 건물에 다시 입주하는 부동산 계약을 말한다. 매입 희망사 측에선 파고다가 건물을 판 후에도 적어도 일부 층엔 학원을 남겨두길 원하고 있다. 애초 파고다 측에선 건물 매각 후 다른 건물을 임대하는 방안을 알아봤던 걸로 알려졌다.

매입 희망사가 파고다에 동거를 제안한 건 일대에서 파고다만한 임차인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파고다타워는 연면적 7346.68㎡,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의 중대형 빌딩이다. 현재 대부분 층을 파고다그룹의 계열 어학사가 사용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종로 일대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고 대형 오피스 건물에 입주할 만한 곳이라고 해봐야 어학원 정도인데 요즘은 인강(인터넷 강의)에 밀려 수요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가 안 되면 매입사옥으로 써야 하는데 그만한 가격 메리트는 없다”고 덧붙였다. 종로 일대의 오피스 공실률은 10.6%로 서울 평균(9.1%)보다 높다.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은 공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거래 방식으로 부동산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엔 신영과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서울 여의도 ‘옛 메리츠화재’ 사옥을 세일 앤 리스백 형태로 1200억 원에 매입했다. 메리츠화재는 계약 후에도 3년 동안 신영에 임대료를 내며 옛 사옥에 머무르기로 약속했다.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계약이 끝난 후에도 원래 소유주와 동거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중구 다동 옛 씨티은행 본점을 매입한 코람코자산신탁은 씨티은행과 재입주 계약을 협의 중이다. 옛 씨티은행 본점도 매각 전까지 씨티은행이 지하 4층~지상 20층 건물에서 14층을 뺀 거의 전층을 사용했다. 씨티은행은 우선 5월 입주 기간이 끝나면 다동 본점에 있던 부서를 신문로와 영등포구 문래동 등으로 옮길 계획이다.

코람코 측은 “증축을 계획하고 있다. 증축이 리테일 중심이 될지 오피스 중심이 될진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서도 “확정된 건 아니지만 씨티은행을 다시 입주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다 보니 세일 앤 리스백 계약이 늘고 있다”며 “특히 급하게 건물을 내놓은 경우엔 매입자가 우위에 서서 먼저 세일 앤 리스백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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