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휴업하면 안 돼요?” 신종 코로나 우려에 불안한 학부모들

입력 2020-02-03 11:32수정 2020-02-03 12:3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개학 연기한 강남구 봉은초 가보니…"급식 먹을 때가 가장 걱정"

▲3일 서울 강남구 봉은초에서 한 학생이 체열측정을 하고 있다. 봉은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달 31일로 예정됐던 개학을 이날로 미뤘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고작 3~4일 개학 연기한다고 불안감이 없어지나요? 일단 마스크 쓰게 하고, 손 자주 씻으라고 세정제 챙겨서 보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늘면서 신학기를 앞둔 학부모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개인위생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 초등학교 자녀들을 둔 학부모들의 근심은 더하다.

신종 코로나 3번 확진자가 여러 곳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강남구. 애초 지난달 31일이 아닌 3일 개학한 강남구 봉은초등학교 앞에는 오랜만에 등교해 신난 아이들과 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표정이 교차했다. 마스크를 쓰고 학생들의 등교를 도와주던 한 학부형은 “사실 휴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봉은초는 이날 등굣길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열이 있는 학생의 경우 정밀한 체온측정기로 상태를 확인했다. 한상윤 봉은초 교장은 “마스크 200여 개, 손 세정제 5개를 갖췄다”면서 "확진자가 강남에 다녀가서 개학을 연기했고, 졸업과 입학식에 대해서 교사와 학부모들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를 대신에 손주의 등교를 도와주던 이성진(81ㆍ가명) 씨는 “성인보다 면역력도 약한 아이들이 단체생활에 노출되는데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학교의 위생 점검상태만 믿을 수밖에”라고 토로했다.

김성희(65ㆍ가명) 씨 역시 “개학을 좀 연기하고 사태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휴업을 짧게 하니 학부모로서는 어쩔 수 없지 않으냐”라면서 “급식 먹을 때가 가장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진주(43ㆍ가명) 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도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우한을 다녀온 영유아와 교사는 증상이 없더라도 무조건 등원을 중지해달라는 안내를 보내 왔다”며 “(정부가) 대처를 잘하고 있구나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사태가 정말 심각한가보다 싶어 당분간 학원을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총 9개의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거나 휴업에 들어갔다. 서울 중구의 삼광초, 강남구의 봉은초, 청담초, 압구정초, 동작‧관악구의 남부초, 문창초, 영본초 등 총 8개교가 1월 31일 개학을 연기했으며, 중부 혜화초도 31일 휴업했다. 은평구 예일초도 3~4일 이틀간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앞서 전날 교육부는 애초 권장하지 않던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 개학 연기 및 휴업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상 지역은 감염병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과 확진 전 증상자가 거쳐 간 감염 우려 지역이 대상이다. 교육부 장관과 시도 교육감이 대상 지역 또는 단위 학교에 대한 휴업 등 학사 일정 조정 방안을 협의해 결정한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3일 서울 강남구 봉은초를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봉은초는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달 31일로 예정됐던 개학을 이날로 미뤘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오전 8시부터 학교예방 활동을 현장 점검하는 차원에서 봉은초를 찾았다. 조 교육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국지적인 휴업은 불가피하다”며 “학교들의 휴업에 대해서 교육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을 통해 집계한 학사일정 조정 현황을 발표했다. 유치원 393곳을 비롯해 초등학교 53곳, 중학교 21곳, 고교 16곳, 특수학교 1곳 등 전국적으로 484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에 따라 개학을 미루거나 휴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