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논현역 ‘벌집 빌딩’ 1400억대 매각설... 사기 피해자 마음도 '벌집'

입력 2020-01-3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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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매각에 인근 오피스 시장도 들썩…건물주 아들, 어반하이브 내세워 '유사수신' 혐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어반하이브' 빌딩. 박종화 기자. pbell@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일대 랜드마크 역할을 했던 '벌집 빌딩'의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1000억 원이 훌쩍 넘는 매각가에 인근 오피스 시장까지 들썩인다. 건물주 아들이 얽힌 사기 사건 피해자들은 배상 없는 매각은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주식회사 어반하이브'는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논현동 '어반하이브' 빌딩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투자 신탁사 A사가 1400억 원대를 제시, 어반하이브의 새 주인이 됐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토지 가격을 환산하면 3.3㎡당 4억6000만 원 이상이다.

주식회사 어반하이브 측은 "매각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업계에선 "어반하이브 매각은 일대 부동산 시장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지난해부터 건물주가 이곳저곳 매입자를 찾아보고 다녔다. 아직 잔금이 남아 소유권 이전이 마무리 안 된 것뿐"이라고 파악한다.

매각설이 퍼지면서 인근 오피스 가격도 뛰고 있다. 어반하이브 매각 가격이 기존 시세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논현동 강남대로 빌딩은 보통 3.3㎡당 1억8000만 원 선에 거래됐다. 어반하이브가 이렇게 비싸게 팔릴지는 아무도 몰랐다"며 "어반하이브가 팔린 후 다른 빌딩도 3.3㎡당 3억 원 가까이 가격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 4층~지상 17층 높이인 어반하이브는 2008년 완공 직후부터 강남대로를 대표하는 빌딩이 됐다. '도시의 벌집'이라는 이름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외벽 디자인 덕이다.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벌집 빌딩', '치즈 빌딩'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업계에선 건물주 아들과 연관된 사기 사건 때문에 매각이 비밀리에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반하이브 건물주의 아들 김 모 씨는 브이파트너스자산운용을 운영하다 2017년 회사 공금을 횡령해 잠적했다. 김 씨가 가지고 달아난 회삿돈만 400억 원에 이른다. 그에게 유사수신 사기를 당했다는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개인당 피해액도 많게는 수십억 원대다. 김 씨는 자신이 어반하이브의 실소유주임을 내세워 투자 자금을 모았다. 관련 재판은 김 씨의 해외 도피로 멈춰선 상태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어반하이브 매각이 사실이라면 매각액을 사기 피해 배상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반하이브 건물주는 몇몇 피해자에게 피해액을 대신 배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0억 원대 손실을 본 피해자 B씨는 "비밀 매각은 말이 안 된다"며 "적어도 피해자들에게 매각 여부를 알리고 배상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만 송범준 변호사는 "(어반하이브 건물주 등) 가족이 대신 피해액을 변제하려면 피의자가 변제 위임을 해야 하는데 해외 도피로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선 불가능하다.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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