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27)] 이원근 넥펀 대표 “법적 기반 생긴 P2P, 더 나은 선택지 될 것”

입력 2020-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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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유니콘, 탄생하고도 남을 것”

▲이원근 넥펀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P2P 금융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이 통과되면서 올해 8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온투법은 지난해 스타트업계의 애로 중 제대로 법안이 개정된 거의 유일한 사례다.

P2P 업계에는 낙관과 우려가 교차한다. 법적 기반이 마련돼 P2P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동시에 부실 P2P 업체들이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공존하면서다. 또, 해당 법안이 산업을 지원한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규제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P2P 금융 서비스를 시작한 넥펀도 온투법 시행을 앞두고 격변기에 놓인 P2P 스타트업 중 한 곳이다. 이원근(47) 넥펀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2015년 11월 창업에 나서기 직전에는 건설사 임원으로 재직했다. 건설사 전에는 금융사에 12년간 몸담았다. 그는 금융회사에 다니면서 주식, 펀드를 대체할 보완 재테크 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실물 투자는 소액 투자에 적합하지 않고, 주식이나 펀드는 소액이 가능하지만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며 “대체투자가 그 보완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넥스리치를 설립한 그는 P2P 금융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 2018년 넥펀을 세웠다. 넥펀은 자동차 담보 대출 전문 P2P금융 서비스를 지난해 3월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재 누적 대출액 230억 원을 돌파했고, 연체률 0%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단 온투법 통과가 신산업에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원이든 제재든 법적 기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관련법이 부재했던 그동안은 쉽지 않았다. 이 씨는 “법제화로 정부가 관리 감독이 가능해지면서 투자자들도 더 안심하게 되고, 이로써 시장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내용이 구체화 돼 투자자로서는 P2P 금융이 ‘더 괜찮은 선택지’가 된다는 뜻이다.

다만 이 대표는 염려의 기색도 내비쳤다. P2P금융을 제도권 안으로 안착시키고, 성장케 한다는 취지와 달리 법제화가 업계의 양극화를 조장할 수 있어서다. 그는 “그럴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고 전제하면서 “업계 선두 업체에만 유리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이 혹여 만들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업의 역량은 결국 리스크 관리 능력”이라며 “그 능력이 뛰어난 업체들이 시장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단순 누적 펀딩액이 기준이 돼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질까 우려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씨는 제도가 뒷받침하면 P2P 업체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이 충분히 탄생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유니콘 아니라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며 “법제화 이전, 산업이 태동기인데도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P2P 업체의 누적 대출액은 6조2000억 원에 달한다. 2016년 6000억 원에서 2년 반 만에 1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현재 업체 수는 비등록 업체를 포함해 2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넥펀은 동산인 중고차만을 담보로 하는 P2P 업체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를 피해 가는 수단으로 P2P 대출이 우회로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켜나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넥펀이 동산 담보 대출을 취급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고 전제하며 “금융위원회가 부동산 대책에 따라 P2P의 부동산 대출에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규제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P2P 시장에서 부동산 비중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도권에서 외면받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고 P2P가 활성화 된 것인데, 부동산 P2P에 쏠리면 P2P 본연의 역할이 약화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동산 대출을 발굴하려는 혁신이 업계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넥펀은 ‘대출액 1000억 원 돌파’를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이 대표는 그보다 연체률 0%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고차 법인상사만을 차주 대상으로 하는 현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개인 차량 소유자들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P2P의 본질을 잃지 않는 한에서 올해 안에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온투법 시행을 발판 삼아 은행과 차별화된 금융 영역을 넥펀이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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