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갈등 봉합' 서두른 한진家…그 배경엔 '경영권 방어'

입력 2019-12-30 13:21수정 2019-12-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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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내년 3월 주총서 사내이사 연임해야…우호지분 확보 위해 가족 도움 필요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제공=한진그룹)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공동 사과문을 발표하며 총수 일가의 갈등을 수습하고 나섰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외부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가족 간 갈등을 봉합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과 조 회장은 30일 공동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5일 조 회장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이 고문의 자택을 찾아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거실 화병이 깨지고 이 고문 등이 가벼운 상처를 입은 사실이 28일 외부로 전해졌다.

이날 조 회장은 이 고문이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불만을 제기했고, 이 고문은 “가족과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원태 회장의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3일 법무법인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이 총수 일가 전체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번 갈등은 조 회장이 한진칼의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한 현실에서 기인한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3일 끝나기 때문에 한진칼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 만일 주총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총수는 경영권을 잃게 된다. 조 회장으로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를 기준으로 조원태 회장이 6.52%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현아 전 부사장은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47%, 이명희 고문은 5.3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각각 6.52%와 6.49%로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분은 6.47%,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다.

단일 주주 중에 한진칼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일명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17.29%)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2대 주주에 오른 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총수 일가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남매와 이 고문이 가족 간의 경영권을 합의하지 못하면 KCGI를 비롯한 외부 세력에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델타항공과 반도건설 역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꼽힌다. 델타항공은 지분 10%, 반도건설은 6.28%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의 선택이 경영권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델타항공은 조 회장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인에 대한 지지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고, 반도건설 역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우호 지분의 이탈을 막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가족 간에 화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공동 사과문 발표에도 한진 총수 일가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건 아니라는 분석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총수 일가의 다툼이 외부로 공개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고, 최근 정기 임원 인사에서 조 회장이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의 측근을 교체한 상황이라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모자간의 갈등을 외부로 공개한 것이 이 고문 측이라는 얘기가 나오며 이 고문도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하지만 아직 조 전 부사장이나 이 고문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 만큼 당분간 다툼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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