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개시' 의견 제출…"국과수 감정서 조작"

입력 2019-12-23 15:29수정 2019-12-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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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이 ‘재심 개시’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 씨가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전담조사팀은 이날 이춘재 8차 사건에 대한 직접 조사 결과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취지로 재심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춘재의 진범 인정 진술 등 재심청구인 윤 씨의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

더불어 수사기관 종사자들의 직무상 범죄를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경찰 수사관들이 윤 씨에 대해 불법 감금, 가혹 행위 등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

아울러 윤 씨의 판결에 증거가 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가 허위로 작성된 점 등을 종합해 재심을 개시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검찰은 윤 씨가 범인으로 지목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감정서가 조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다른 일반인들의 체모 감정 결과를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것처럼 작성한 후 감정 결과를 가공했다고 설명했었다.

이날 검찰은 국과수 직원이 감정하는 과정에서 시료분석 결과값을 인위적으로 조합, 첨삭하는 등 감정상 중요한 오류를 범했으나, 당시 감정에 사용된 체모가 바꿔치기 됐거나 한 것은 아니라는 경찰 발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관련 자료를 모두 검토한 감정 전문가들은 당시 윤 씨를 제외한 다른 용의자들에 대한 감정서에는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 감정 결과를 기재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윤 씨의 감정서만 다른 사람의 체모를 허위로 기재해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된 8차 사건 현장의 체모 2점에 대한 감정을 위해 법원에 문서 제출 명령, 감정의뢰 등도 신청했다.

검찰은 재심 절차 개시 후 국과수 감정서 허위 작성, 가혹 행위가 이뤄진 경위 등에 대한 진실을 추가로 규명할 계획이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에서 박모(당시 13세) 양이 자택에서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했다. 윤 씨는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해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2심, 3심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씨는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이춘재가 자백한 뒤 윤 씨는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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