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브렉시트로 흔들리는 영국 침투

입력 2019-12-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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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철강·소매 등 다양한 분야 투자…영국, 미국 요구에도 여전히 화웨이 제품 사용

▲영국 스컨소프에 있는 브리티시스틸 제철소 전경. 스컨소프/AP뉴시스
영국에서 중국 기업과 자본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에 따른 혼란으로 영국 경제와 산업 전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를 틈타 중국 자본이 몰려오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소개했다.

중국 기업들은 철강과 소매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4000명 직원 일자리가 보호된다” 파산한 철강업체 브리티시스틸 인수 대상으로 중국 징예그룹의 이름이 거론됐을 때 영국 언론매체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보도했다. 영국의 과거 영광을 상징하는 기업이 중국에 구제받는 형태가 되지만 현지 언론은 일자리가 지켜진다는 것만으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브리티시스틸이 파산한 것은 올해 5월이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수주가 줄어든 것이 주요 이유다. 터키 군 연기금이 오야크(Oyak)가 인수에 입후보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대신 나선 것이 바로 징예그룹이다. 징예는 향후 10년간 12억 파운드(약 1조8142억 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파산한 또 다른 영국 기업이 178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사 토머스쿡이다. 단체여행의 원조이기도 한 이 여행사는 철도시간표로 유명하며 여행자수표의 선구자로 알려졌다. 호텔과 항공사도 거느리고 있었지만, 실적 악화로 9월 파산했다.

회사는 사라졌지만, 브랜드는 최대 주주였던 중국 푸싱그룹에 넘어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푸싱은 토머스쿡의 상표와 도메인 이름, 소셜미디어 계정, 호텔 ‘카사쿡’ 브랜드 등을 1100만 파운드에 인수했다. 푸싱은 “유서 깊은 브랜드 인수를 통해 중국인의 해외여행을 더욱 성장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영국이 브렉시트 혼란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 활동이 정체되자 징예와 푸싱 등 중국 기업들이 이를 좋은 타이밍으로 보고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미 중국 기업 존재감은 이전부터 영국에서 컸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통신 부문이다. 영국 통신사들은 거의 전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의 기지국을 쓰고 있다. 미국은 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동맹국들에 화웨이 배제를 요구하지만, 영국은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영국 보다폰그룹 관계자는 “이미 사용하는 기기에서 분리하려면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다”며 “정부에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화웨이가 만든 스마트폰도 영국 이동통신 대기업들이 취급하고 있다.

소매업체들도 영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런던 곳곳의 쇼핑센터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버스로 와서 제품을 휩쓸어간다. 쇼핑 편의를 위해 곳곳에는 중국어로 된 가격표가 세워져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정권 시대 친중 정책을 전개한 영국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가장 먼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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