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파프리카’ 중국 문을 열다

입력 2019-12-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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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 원광대학교 석좌교수

드디어 우리 농가에서 생산된 파프리카가 중국 소비자들 식탁에 오르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월 13일 중국과 ‘대중국 수출을 위한 검역요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12년간의 협상 끝에 검역요건에 최종 합의함으로써 국산 파프리카의 대중국 수출 길이 열렸다.

파프리카는 피망과 달리 과육이 두껍고 단맛이 강해 샐러드, 주스, 볶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형태, 크기, 색상이 다양하고 기능성이 뛰어난 고급 과채류다. 비타민 C가 레몬의 2배이며,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아 항암 효과와 더불어 성인병과 노화 예방에 좋다. 이렇듯 활용도가 높은 파프리카는 IMF 위기 때부터 신선농산물 수출의 선봉장으로서 농가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해왔다.

파프리카 재배는 첨단 기술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젊은 인력의 참여와 시설 현대화가 꾸준히 이루어져 재배면적이 늘어났다. 2018년 재배면적은 698ha로 2006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고, 2018년 생산량은 7만5000톤으로 2006년보다 2.7배 많아졌다. 같은 기간 단위면적당 생산성도 28%나 향상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내수도 늘어나 현재는 생산량의 60%에 달한다.

그러나 계절에 따른 가격 상승은 수출경쟁력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고, 성수기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은 농가 소득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농가에서 다른 품목으로 바꾸기도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일본 시장에 대한 높은 민감도는 안정적 수출의 위험 요소가 됐다. 이에 따라 파프리카는 새로운 수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파프리카 생산량의 43%(3만 톤)를 일본으로 수출했고, 수출액의 99.5%는 일본 시장에 편중돼 있다. 극히 일부가 홍콩 등으로 수출되고 있어 수출 다변화가 가장 절실하다. 전 세계 파프리카 수출시장은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과 일본,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이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하면 시장 규모나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근거리에 있고 고급 과채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중국이야말로 가장 유망하다.

이번 협상을 계기로 중국으로 새로운 수출 판로가 열리면 성수기 국내 잉여 물량을 해소할 수 있어 국내 가격지지도 가능하고 농가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특히 일본 일변도인 상황에서 탈피해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 가능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에서도 경제성장과 함께 파프리카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시설과 생산기술이 낮아 품질과 식품 안전성 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낮은 편이다. 최근 네덜란드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고, 중국인들의 신선식품에 대한 식습관 변화를 함께 유도한다면 중국 시장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커지는 파프리카 시장에 대비해 우리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농가에 파프리카 생산과 첨단 온실 관리기술을 지원해 나가는 것도 공생의 길이 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 중국과의 파프리카 수출을 위한 검역요건 양해각서 체결이 이루어졌고, 이를 계기로 수출 농가와 수출 회사에서는 판로 확보, 한국산 파프리카의 우수성 제고를 통해 중국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중국 시장 진출을 계기로 농가의 안정적 소득 증대와 젊은 인력이 지속해서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을 뒷받침해 파프리카 수출 제2의 붐을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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