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할 말 하는 펭수, Z세대가 온다

입력 2019-12-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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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하(펭수 하이)!” 펭수는 BTS와 같은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헤엄쳐 온 펭귄을 콘셉트로 내세운 EBS 캐릭터다. 나이는 올해로 10살, 성별은 없다.

캐릭터가 탄생한 지 7개월 만에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00만명을 넘겼고, EBS 캐릭터지만 KBS·MBC·SBS 등에도 출연하며 ‘지상파 통합’을 이뤘다.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에서 가수 송가인과 방탄소년단(BTS)을 제치고 올해의 인물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펭수시대’다.

펭수 인기 이유 중 하나는 할말은 하는 당당함이다. 특히 직장인들이 상상속에서 했을 법한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래서인지 ‘직장인의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EBS 김명중 사장의 이름을 시도때도 없이 부르며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된다”고 말한다. 외교부 건물 앞에서 강경화 장관을 마주치고 “여기 짱이 누구에요?”라고 묻기도 한다.

EBS 선배 캐릭터 뚝딱이를 향해 '잔소리는 거절'을 외치고, 김명중 사장이 참치 한 번 같이 하자고 불러도, 펭수는 유튜브 하느라 바쁘다고 퇴짜를 놓는다.

그러다 잘리면 어떡하냐고 물으면 펭수는 “EBS에서 잘리면 KBS 가겠다”고 선언한다. 펭수의 이런 발언들을 통해 이 시대 직장인들은 대리만족을 얻는다.

우리 세대 직장인들은 하지 못하는 이런 펭수의 당당함은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의 특징과도 비슷하다.

Z세대는 개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 대신 수평적인 관계에서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소통을 추구한다. 회사보다 사생활이 먼저이며, 현재의 행복에 집중한다.

직장인들은 할말 하는 펭수에 열광하면서도, 막상 그들을 후배로 받아들이려니 걱정도 앞선다.

실제로 취업포털 커리어가 기업 인사담당자 422명을 대상으로 ‘펭수 같은 신입사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펭수를 채용하지 않겠다는 응답(48.1%)과 채용하겠다(51.9%)는 응답이 거의 비슷했다.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이들은 “제 뜻대로 안 되면 쉽게 퇴사할 것 같아서” “회사 분위기를 혼란스럽게 만들 것 같아서”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하면 버릇없는 모습인 것 같아서“ 등을 이유로 들었다.

1995년생 Z세대는 이제 사회 초년생으로 기업에 들어오고 있다 .이런 Z세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조직문화부터 개방적으로 바꿔야 한다. 관료주의는 버리고, 자기 주도적 업무를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의식 수준도 바꿔야 한다. Z세대가 노트북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업무를 보더라도 불편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Z세대는 스마트폰만으로도 필요한 업무를 소화해낼 수 있을 만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다.

기업들은 CEO를 중심으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은 최근 유튜브 생방송에서 임직원을 만났다. 생방송에는 임직원 2000여 명이 접속해 1만 건에 달하는 댓글을 달며 소통했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변화다.

복장 자율화도 개방의 물결 중 하나다. 보수적이던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노타이와 청바지 등 자율복장을 허용키로 했다. LG그룹 역시 젊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올 초 새해 모임에 모든 임직원이 형식을 타파하고 캐주얼 복장으로 참석했다.

앞으로 기업에는 Z, X, Y세대가 공존하게 된다. Z세대를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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