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32% 급감
국내 건설사의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결국 200억 달러를 채우지 못한 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국가의 정세 불안에 미ㆍ중 무역갈등, 국내 건설사들의 소극적인 수주 행보까지 더해진 게 수주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총액은 182억 달러(약 21조6300억 원)다. 작년 동기(266억 달러)보다 32% 급감한 수치다.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수주액이 지난해(90억 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44억 달러까지 추락했고, 아시아 수주액은 108억 달러, 태평양ㆍ북미와 아프리카 수주액은 각각 5억 달러, 4억 달러에 그쳤다. 중남미 수주 역시 1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그나마 유럽에서는 전년(5억 달러)의 4배 수준인 19억 달러의 수주액을 보였다.
올해 해외 수주액은 2006년(165억 달러) 이후 13년 만에 최저다. 건설사들은 2015년(461억 달러) 이후 3년 동안 해외수주에 안간힘을 쓰며 300억 달러 안팎의 수주 실적을 냈지만 올해는 연말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사실상 200억 달러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외건설이 이 같은 수주절벽에 휩싸인 건 낮은 국제유가와 불안한 중동 정세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제유가는 60달러 안팎으로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중동 국가들이 발주 행진을 벌일 만큼 높은 가격도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 급락으로 재정 불안이 계속되자 석유에 의존한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려는 ‘탈석유 경제’를 추진하는 것도 발주 감소의 원인이다. 또 과거 해외수주에서 대규모 손실을 경험했던 국내 건설사들이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짜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실장은 “현재 국제유가 수준으로 재정수지를 맞출 수 있는 나라는 쿠웨이트 정도밖에 없는 데다 미ㆍ중 무역전쟁, 소극적인 해외수주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투자 개발형 프로젝트 수주가 많지 않은 점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별 수주액을 보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각각 36억7597만 달러, 32억3514만 달러 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전체 수주액의 38%를 차지한다. 삼성물산(22억5016만 달러), GS건설(20억6069만 달러), 두산중공업(19억1370만 달러)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외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해외수주 시장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실장은 “중동 등 발주 시장 상황이 갑자기 반전하기 어려운 데다 글로벌 경기 불황, 계속되는 이란 제재, 미ㆍ중 간 갈등 등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들이 많다”며 “건설사들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