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뇌사” vs “아주 아주 못된 발언”...마주앉은 마크롱·트럼프

입력 2019-12-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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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이는 양국 관계…“브로맨스 깨졌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윈필드 하우스(미국 대사관저)에서 만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미국의 리더십 부재를 언급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뇌사 상태’라고 공개 비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를 “매우 무례하고 못된 발언”이라고 맞받아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편한 만남’이 성사됐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나토 창설 70주년을 맞이해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별도의 양자회담을 가졌다.

나토는 1949년 냉전체제 아래에서 구소련과 동맹국들의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대항하기 위해 창설된 집단방위기구로, 서방의 안보를 지켜낸 동맹이다. 이번 70주년 기념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29개 회원국 정상 모두가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양자회담이 진행된 이날도 계속 삐걱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프랑스 대통령의 ‘나토 뇌사’ 발언에 대해 “매우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28개 나라에 아주 아주 못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프랑스보다 나토를 더 필요로 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초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토 동맹국들의 협력 및 미국의 리더십 부재, 터키의 예측 불가능성 등 문제점들을 열거하면서 “나토가 뇌사를 겪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는데, 이 문제가 이날 또다시 언급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해당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강경하게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동에 앞서 “내 발언이 여러분들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며 “나는 그 발언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나토의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자신의 발언에 대한 생각이 변치 않았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양자회담에서도 두 사람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관계는 이어졌다. 냉기류는 시리아에서 체포된 유럽 출신의 이슬람국가(IS) 전투원의 처리 문제를 두고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가장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전투원을 원한다면 줄 수 있다. 원하는 사람을 데려가도 된다”고 농담을 던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진지하게 하자”고 냉랭하게 반응한 것이다. 뒤이어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 출신의 IS 전투원은 극소수이고, 테러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내가 들은 것 중 가장 대단한 무가치한 답이지만 괜찮다”며 “그가 훌륭한 정치인인 이유”라고 비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랜 포옹과 양복 털어주기, 손바닥에 하얀 압박 자국이 남을 정도의 악수로 알려진 두 사람의 관계가 테러부터 무역 정책까지의 사안을 둘러싼 분열로 사라졌다”며 “이번에는 이 관계 악화가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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