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찔린 미·중 무역전쟁…트럼프 한 마디에 다시 원점으로

입력 2019-12-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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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과 무역합의 1년 후에 돼도 좋아”…미국 하원 ‘위구르법’ 가결 등 인권도 변수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일(현지시간)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로 시장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중국과의 무역합의가 연기돼도 상관 없다고 폭탄 발언을 하면서 시장이 출렁거렸다. 뉴욕/AFP연합뉴스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고대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허를 찔렸다. 미·중 무역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세계 경제와 시장에 새로운 혼란을 일으켰다고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현재 영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런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무역합의가 내년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며 “나는 데드라인을 두지 않는다. 여러 측면에서 합의를 내년 대선 이후로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지금 합의를 하고 싶어한다”며 “그러나 합의가 옳은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합의는 올바른 것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가을 초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암시해 무역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는데 이번 주 들어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특히 이날 발언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은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선을 확대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는 2일 트위터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같은 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프랑스의 디지털서비스에 대해 24억 달러(약 2조8300억 원) 규모의 보복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위협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중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5일 예정대로 1560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애플 최근 1개월간 주가 추이. 3일(현지시간) 종가 259.45달러. 출처 마켓워치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의 행보로 이날 뉴욕증시는 3거래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범유럽 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도 0.6% 떨어졌다.

애플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최대 3%까지 급락하며 지난 8월 23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이후 낙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1.8% 하락한 259.45달러로 마감했다. 웨드부시증권의 대니얼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무역전쟁의 한복판에 있다”며 “만일 관세 전쟁이 휴전하지 못하면 애플은 그 어떤 기업보다 많은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6개월간 지속된 홍콩 시위사태는 물론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도 미국 의회의 제재를 받게 되면서 인권이 계속해서 미·중 무역협상의 큰 변수 역할을 하게 됐다.

미국 하원은 이날 ‘위구르 관여와 해외 인도주의적 통합 대응을 위한 법률(위구르법)’을 찬성 407표, 반대 1표의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올해 9월 상원에서 통과된 위구르법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위구르족 탄압에 관여한 중국 인사들에게 비자 제한과 미국 내 자산 동결 등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당서기인 천취안궈를 제재 대상으로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너무 미·중 무역전쟁에 낙관적이었다”며 트럼프는 협상을 지연시키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다파트너스의 헨리아타 트레이즈 경제정책 리서치 이사는 “중국과 어떤 합의를 이루더라도 내년 대선까지 12개월간 철저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입장에서는 아예 합의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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