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디지털세 갈등, 프랑스 명품업계에 불똥

입력 2019-12-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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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간 법인세 갈등의 불똥이 프랑스 명품업계에까지 옮겨붙었다.

2일(현지시간) 유럽증시에서 LVMH, 크리스챤디오르, 케링 주가는 각각 약 2%, 에르메스는 2.6% 빠졌다. 이에 따라 이들 4개사의 시가총액은 90억 달러(약 11조 원) 증발했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샴페인과 핸드백, 화장품 등 24억 달러(약 3조 원) 상당의 프랑스산 수입품에 대해 이르면 1월 중순께 100%의 관세를 발동하겠다고 경고장을 날린 영향이다. 프랑스 정부가 자국 내에서 2500만 유로 이상의 수익을 내는 IT 기업에 대해 총매출의 3%의 세금(디지털세)을 부과하기로 함에 따라 백악관이 보복에 나선 모습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해 “이례적인 부담이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닷컴을 비롯한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관세는 프랑스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회사의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업체의 수익도 압박할 수 있다. 브루노 르 마리 프랑스 재무장관은 “미국의 관세 부과는 간단히 용납할 수 없다”며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그 방아쇠를 당긴다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IT 기업의 조세 회피처럼 보이는 행동에 대한 유럽 당국의 규제의 일환이다. 이런 IT 대기업 대부분은 미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7월 미국 정부에 대한 압박을 높일 목적으로 새로운 과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7년에 걸쳐 ‘디지털 경제에 관한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글로벌 IT 기업이 매출을 잡을 때 소비자의 위치를 감안해 국가별로 공정하게 세금을 내게 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2017년 세제 개혁과 함께 자국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 디지털세의 배경이다.

개혁은 순조로워 보였다. 태스크포스는 현재 국제적인 과세권 배분 변경안과 최저 수준의 과세 설정에 관해, 공모한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 130여 관계국이 내년에는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WSJ는 이런 진전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추가 관세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며 내정 상의 필요에서 타협을 강요하려들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새로운 규제를 IT 기업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에 적용하도록 유럽에 요구했지만, 대상을 확대하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 출처 : WSJ
이유야 어찌됐든 프랑스 명품업계가 희생양이 될 우려가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그룹 LVMH와 케링, 에르메스의 주가는 3일 장 초반에도 2~3% 하락했다. 화장품 대기업 로레알도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 제품이 실제로 관세 대상이 될지 여부는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협상 전술에 달려 있다.

명품 업계는 미국 정부에 있어선 안성맞춤의 표적이다. LVMH, 에르메스, 케링, 로레알은 프랑스 유수의 대기업이며, 파리 증시의 대표 지수인 CAC40지수의 17%를 차지한다. S&P500지수에서 미국 IT 종목의 구성 비율(23%)과 맞먹는 수준이다. 게다가 4개사의 미국 내 매출은 2018년에 총 18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프랑스 정부가 표적으로 하는 디지털 서비스 수입에 필적하는 규모다. 프랑스 재무부에 따르면 3%의 디지털 과세에 의해 연간 5억 유로(약 6611억 원)의 수입이 정부에 들어올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는 10월 유럽 항공·방위 산업체 에어버스그룹이 불법 보조금을 받고 있었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판단에 따라 유럽산에 대한 관세를 발동했지만, 명품 부문은 여기서 제외됐었다. 당시 표적이 된 건 유럽산 위스키와 치즈, 항공기 및 항공 부품이었다.

이번에 프랑스의 명품 업계가 트럼프의 표적이 된 것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세계의 세제 개혁을 둘러싼 외교가, 무역과 얽힌 보복관세 응수로 전락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기존과 전혀 다른 국제적인 긴장 관계를 주시해 나가야 한다고 WSJ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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