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세대교체, 3·4세가 전면 등장… 디지털전환과 혁신기술 선봉에

입력 2019-12-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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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시대 맞아 젊은 인재 부각

▲구광모 LG 회장이 29일 미래 소재∙부품 개발 현황을 살피기 위해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했다. 구 회장(오른쪽)이 내연기관과 대등한 주행거리를 갖춰 전기차 시대를 본격 앞당길 게임 체인저로 개발중인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왼쪽부터 노기수 LG화학 CTO,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제공 LG)
“인공지능(AI), 로봇 등은 후배들이 더 잘 알고 적합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지휘봉을 권봉석 사장에게 넘기며 언급한 말이다. 전문경영인 뿐 아니라 재계 오너가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3·4세가 속속 전면에 등장하며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

수년간 회사를 이끌던 회장, 대표이사 등이 물러나고 창업주 3·4세대와 젊은 임원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임기 2년 이상을 앞둔 GS그룹의 허창수(71) 회장이 3일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후임 회장인 허태수(62) GS홈쇼핑 부회장은 허 회장의 막냇동생으로, 그룹 전반에 IT기업의 혁신 문화를 전한 디지털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이번 GS그룹 인사에서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40)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이 본격화했고 지난해 말에는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50)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김동관 한화큐셀 부사장 (사진제공=한화큐셀)
한화그룹에서도 ‘3세 경영’에 시동이 걸렸다. 전날 발표된 인사에서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지 4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차남 김동원 상무는 이번에 승진하지 않았지만,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로서 회사의 미래 전략 수립을 지휘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LS그룹에서는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이 3세들 중 처음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구 부사장은 최근 인사에서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대표이사 자리는 아니지만 LS그룹 3세들은 이번 인사에서 모두 승진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 구본규 LS엠트론 전무가 부사장으로,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 구동휘 ㈜LS밸류매니지먼트부문장(상무)은 전무로, 구자철 예스코 회장의 장남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이사는 상무로 승진했다.

이미 3·4세가 총수 자리를 맡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도 적지 않다.

한진그룹 3세대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선친 고 조양호 전 회장 별세 후 곧바로 경영권을 이어받아 4월 회장에 취임했다. 조 회장은 최근 단행한 첫 임원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꾀했다. 조 전 회장 시절 임명됐던 임원들이 물러나고 1960년대생 임원들이 대거 중용됐다.

LG가 4세인 구광모 당시 상무는 40세의 나이로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첫 연말 인사에서부터 LG화학 최고경영자(CEO)에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 영입했고 비핵심 사업에서의 철수와 자동차부품·인공지능·로봇 등 신성장동력으로의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해 인사에서는 계열사에서 30대 여성임원을 선임함으로써 세대교체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그룹도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이웅열 회장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하면서 ‘4세 경영’ 신호탄을 올렸다. 이 인사로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고,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재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등 빠르게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젊은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역행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앞으로 세대교체를 통한 혁신 노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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