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굴기’ 속도 내는 중국, ‘양안관계’ 대만과 인재 쟁탈전

입력 2019-12-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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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 무기로 3000명 넘는 인재 끌어들여…양안 통일 도움 되려는 목적도

▲대만 파운드리 TSMC 공장. 사진제공 TSMC
‘반도체 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이 ‘양안관계’인 대만과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에서 ‘반도체 굴기’를 천명하고 나서 지금까지 대만으로부터 끌어들인 반도체 인재가 3000명이 넘는다고 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영입 대상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TSMC 임원에서부터 현장 엔지니어까지 폭 넓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반도체가 중국의 최대 약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중국은 앞으로도 자금력을 무기로 대만에서의 인재 획득을 가속화해 반도체 산업을 더욱 강화하려 한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지난해 가을 오랫동안 근무했던 대만의 한 주요 반도체 업체를 그만두고 중국 기업으로 이직한 50대 남성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시작을 담당, 기술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이직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직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족과 함께 아무런 불편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월급은 2배 이상 늘어났으며 자녀가 다니는 사립 초등학교 학비도 회사가 부담한다.

대만은 중국으로의 계속되는 인재 유출에 비상이 걸렸다. 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대만 반도체 개발에 종사하는 기술자는 4만여 명이다. 즉 중국으로 빠져나간 인재가 이미 전체의 10%에 육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싱크탱크 대만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으로의 인재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중국으로 유입된 대만 반도체 인재를 대표하는 장루징 SMIC 설립자. 출처 SMIC 웹페이지
중국으로의 반도체 인재 유출 역사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중국 반도체 대부’로 불리는 장루징(張汝京·영문명 리처드 장) 박사가 가장 유명하다. 그는 대만에서 창업한 자신의 반도체 제조업체가 TSMC에 인수되면서 수백 명의 부하직원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 상하이에서 SMIC를 설립했다. SMIC는 파운드리 부문 세계 5위, 중국 1위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대만 D램의 대부’로 불렸던 가오치취안이 반도체 굴기를 주도하는 중국 칭화유니그룹 글로벌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돼 대만 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에도 TSMC에서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했던 장상이와 연구·개발(R&D) 부문 임원이었던 량멍쑹이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국영 대기업 요직을 맡고 있다.

한 대만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고급 생산설비를 사더라도 숙련된 기술자가 없다면 반도체 양산을 할 수 없다”며 “이에 중국은 임원급은 물론 현장 기술자 팀을 통째로 빼내 양산의 벽을 넘으려 한다”고 말했다.

대만 당국은 2013년 영업비밀법을 개정, 해외에 회사 기밀 누설 시 10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 처분을 강화했지만, 인재 유출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 현 실태다.

닛케이는 중국의 대만 반도체 고급 인력 빼가기 배경에는 반도체 굴기를 넘어서 비원인 양안 통일에 도움이 되려는 목적도 있다고 풀이했다.

대만이 사실상 주권을 독립적인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반도체 등의 높은 경쟁력으로 경제적 자립이 가능했기 때문. 인재 유출로 이런 경쟁력이 약화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자연스럽게 커져 대만 내에서 통일을 용인하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속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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