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메르켈’, 대연정 붕괴 위기…독일 사민당 대표 선거서 ‘회의파’ 승리

입력 2019-12-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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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발터-보르얀스·자스키아 에스켄 공동 후보,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 눌러

▲독일 연정의 한 축인 사회민주당(SPD)의 당대표 선거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치러진 가운데 베를린 당사에서 이날 결선투표에서 공동후보로 나와 승리한 노르베르트 발터-보르얀스(왼쪽)와 자스키아 에스켄이 어깨동무를 하고 엄지를 들어보이면서 자축하고 있다. 베를린/E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연정이 붕괴될 위기에 놓이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메르켈 정권에서 연립정권의 한 축을 이루는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당대표 선거에서 대연정에 회의적인 인사들이 승리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공동후보로 나선 노르베르트 발터-보르얀스와 자스키아 에스켄은 이날 결선투표에서 약 53%의 득표율로, 45%를 득표한 경쟁자인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과 그의 러닝메이트 클라라 가이비츠에게 승리를 거뒀다.

SPD는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2명을 정식으로 공동 당대표로 선출한다. 두 사람은 그리 잘 알려진 인사는 아니다. 발터-보르얀스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재무장관을 역임했으며 에스켄은 연방 하원의원이다. 이들은 대연정에 회의적인 인사들로 당대표에 오른 뒤 연정과 관련해 재협상을 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들은 연정 잔류 조건으로 기후변화 대책과 인프라 등에 대한 대담한 투자와 최저임금 인상 등이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독일 정부는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소수인 SPD의 연립정권으로 구성돼 있다. CDU와 CSU는 중도우파 성향이다. 만일 SPD가 연정에서 이탈하면 메르켈 정권은 소수여당 내각으로 정권을 이어갈지, 2021년 가을에 예정된 연방의회 선거를 앞당길지를 놓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SPD가 연정 협정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CDU 대표는 이미 SPD 측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며 협정 재검토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메르켈을 대신해 대표에 오른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도 최근 잇따른 지방선거 패배로 당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 독일 정치권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SDU의 선거 결과에 메르켈 정권의 구심력이 한층 약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맹주인 독일이 정치권의 혼란으로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인 브렉시트와 기후변화 대책, 경기둔화에 대한 대응 등 과제가 산적한 유럽 정치 전체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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