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하루 평균 8만9000배럴 순수출…동맹국과의 관계에 영향 미칠 수 있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집계에서 지난 9월 원유와 정유 제품 수출량에서 수입량을 뺀 순수출 규모가 하루 평균 8만9000배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이전에도 주간 기준으로는 석유 순수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월간 기준으로 석유 순수출국이 된 것은 정부가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49년 이후 70년 만에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셰일 열풍이 일어나기 전인 10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이는 국제 원유시장의 중요한 이정표가 새롭게 세워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석유 순수출국으로 변모하면서 미국은 에너지 생산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견고히 다지게 됐다. EIA는 내년 미국이 하루 평균 75만 배럴의 원유와 정유 제품을 순수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예상치인 52만 배럴 순수입과 대조된다.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자국은 외국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왔다. 미국은 여전히 정유업체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해외에서 중질유를 수입하고 저렴한 정유 제품도 들여오고 있지만, 순수출국이 됐다는 사실은 그만큼 수입 의존도가 대폭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에너지 고문을 역임한 밥 맥널리 래피단에너지그룹 사장은 “미국이 순수출국이 됐다는 사실은 셰일혁명이 국제유가와 원유 생산, 무역 흐름에 미친 충격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순수출국이 됐다는 사실은 동맹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독립을 이룰수록 미국이 중동 등 해외에 개입해야 할 필요가 줄어들어 그만큼 지정학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10월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등 고립주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는 글로벌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한국과 일본 등이 직접 방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