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첩보, 그대로 이첩됐나 가공됐나…검찰 vs. 청와대

입력 2019-11-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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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가운데)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낙선을 목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찰을 동원해 하명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두고 검찰과 청와대가 맞서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2017년 하반기 청와대에 접수된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첩보가 경찰청을 거쳐 울산지방경찰청에 하달된 뒤 지난해 3월 강제 수사로 이어진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해당 첩보는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건설업체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 등으로 전해졌는데, 이를 토대로 한 경찰 수사는 대부분 무혐의로 종결됐다.

김 전 시장의 낙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첩보는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해 준 것이다.

이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 출신 행정관이 2017년 11월 초 노란색 행정용 봉투에 이 첩보를 밀봉해 경찰청 특수수사과(현 중대범죄수사과)에 보냈고, 경찰청은 검토 후 같은 해 12월 28일 우편으로 울산경찰청에 전달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검찰이 집중 검토하고 있는 부분은 이 첩보가 경찰에 이첩되기 전에 청와대에서 보완 내지 가공의 과정을 거쳤는지 여부다.

백원우 민정비서관실이 보안ㆍ가공했다면 첩보의 생산이나 이첩에 관여한 게 없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배치된다.

이와 관련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해당 첩보는 청와대의 조사 대상이 아니라서 그대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 역시 27일 입장문을 통해 “비서관실 간 업무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해명과 달리 경찰에 넘겨진 첩보가 보안ㆍ가공됐거나 수사의 방향을 암시하는 내용 등이 추가됐다면 첩보 이첩의 적법성이 문제될 수 있다. 선출직 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할 권한이 없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선거에 개입할 목적에서 사실상의 감찰로도 여겨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조만간 백 전 비서관을 소환, 첩보 이첩 과정에서 경찰 수사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백 전 비서관이 민정비서관실 내에 별도의 특감반을 가동해 김 전 시장 수사 내용을 점검했다는 의혹도 확인할 계획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 백 전 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던 이광철 민정비서관, 윤모 전 총경 등이 소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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