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동남아시아의 외자 유치 경쟁에 불을 붙였다. 동남아 일부 국가들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피폐해진 중국에서 탈출하는 기업들의 생산 기지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 기업에 대한 세제 우대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제 우대 정책을 각각 발표했다. 신문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2021년 말까지 첨단 전자산업과 생화학산업 등 중점 분야에 10억 바트(약 39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외국 기업의 법인세 절반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대상 분야는 모두 방콕 동쪽에 있는 경제특구 ‘동부경제회랑(EEC)’에서 육성하는 첨단 산업이다.
EEC는 아시아로 향하는 관문이자 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개발 계획의 핵심이다. 이르면 2020년 초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업단지 건설도 시작된다. 이 프로젝트는 태국 부동산 재벌 CP랜드와 중국 건설 대기업 광시건공집단이 합작으로 추진한다.
이미 많은 중국 기업이 대미 무역 전쟁을 피해 태국으로 진출했다. 4월에는 타이어 제조업체 프링스췡샨이 약 6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태국 정부는 올해 중국 기업의 투자신청액이 전년 대비 30% 늘어난 715억 바트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 따르면 1~6월 말레이시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액은 총 495억 링깃으로 전년 동기의 약 2배로 늘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영향이 컸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새로운 혜택으로 외자 유입을 가속화시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외자 증가로 서플라이 체인이 강해지면 향후 5년 간 10만 명 규모의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인구, 경제 규모가 모두 40%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도 투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0월 하순 경제 담당 외무차관에게 “미·중 갈등 중에 인도네시아의 입지를 극대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규제 완화와 법인세 감면 등을 추진해 중국을 떠나는 외자를 끌어들이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미중 무역 전쟁의 ‘어부지리’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나라로 꼽힌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6~8월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생산 거점을 옮기기로 한 33개사 중 23개사는 이전처로 베트남을 선택했다. 다만, 인건비가 낮다는 것이 베트남의 매력 중 하나였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도 않다. 제조업 노동자의 인건비는 2014년 1월 시점 베트남 하노이에 비해 태국 방콕이 2.4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2.8배였다. 하지만 올 1월 시점에는 모두 1.9배로 격차가 줄었다. 인프라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베트남이 절대적으로 우위는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