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소매판매도 시장 예상 밑돌아
중국의 1~10월 농촌을 제외한 고정자산 투자가 역대 가장 낮은 증가세를 보였으며 지난달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도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고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이날 발표한 올 들어 10월까지의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51조880억 위안(약 8517조 원)을 기록했다. 증가율은 올해 1~9월의 5.4%에서 하락한 것은 물론 해당 통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집계 전문가 예상치는 1~9월과 같은 5.4%였다.
고정자산 투자 중에서 경기부양책 핵심 중 하나인 인프라 투자가 주춤했다. 도로와 공항 등 인프라 투자는 1~10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에 그쳐 1~9월의 4.5%에서 둔화했다. 지방정부가 인프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지방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투자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아파트나 사무실 빌딩 건설을 나타내는 부동산 개발투자도 1~10월 증가율이 10.3%로, 1~9월의 10.5%에서 둔화했다.
10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7% 증가에 그쳐 모처럼의 회복세를 보였던 9월의 5.8% 증가에서 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는 시장 전망인 5.4% 증가에도 못 미친 것이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도 전년보다 7.2% 늘어나 증가율이 9월의 7.8%에서 떨어졌다. 이는 전월과 같은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도 벗어난 것이다. 중국 알리바바그룹홀딩이 지난 11일 개최한 세계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독신자의 날)’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것을 자제했을 가능성이 있다.
계속되는 지표 부진으로 미·중 무역 전쟁 충격을 상쇄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의 양위팅 중화권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는 중국 경기둔화 견해를 더욱 뒷받침했다”며 “현재 경기둔화는 내수 부진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어 미·중 1단계 무역합의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통계국의 류아이화 대변인은 “중국 경제가 직면한 과제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경제의 전반적 성장 모멘텀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줄리아 왕 HSBC홀딩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하강 추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경기둔화가 더욱 심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내년 어느 시점에서 중국 고용시장에 충격이 미칠 것이며 내수가 그로 인해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