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수집증거 다투지 못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
다니던 회사의 영업비밀 자료를 빼돌려 이직 후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동나비엔 연구원에게 검찰이 “원심뿐만 아니라 당심에서도 범행을 부인한다”며 1심보다 가중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2일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박형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경동나비엔 연구원 김모 씨에게 이같이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강모 씨와 경동나비엔 법인에는 1심 구형을 유지했다.
항소심은 △해당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대유위니아가 영업비밀 보호 노력을 기울였는지 △경동나비엔이 대유위니아의 영업비밀로 이득을 본 것인지를 쟁점으로 다뤘다.
검찰이 다른 피고인과 달리 김 씨에 대해 1심보다 높은 형량을 구형하자 변호인은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과의 위법 수집 증거 다툼을 벌인것 때문에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변호인은 “관행처럼 이뤄져 왔던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이나 임의제출을 통한 제한 없는 증거 수집이 과연 적법한지에 관해 법원에 판단을 구하고자 했다”며 “종전 형사사건에서 위법 수집 증거로 잘 다투지 못하는 이유가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이 그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사실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씨도 “1심의 유죄 부분은 엔지니어로서도 기술적인 입장에서도 도저히 유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법리적 다툼을 하는 것”이라며 “(검사가) 괘씸하게 보인다고 판단하면 재판장님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생각이 든다”고 강변했다.
1심에서 김 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강 씨는 징역 1년 10개월을, 경동나비엔 법인은 벌금 50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강 씨는 지난해 6월 대유위니아를 퇴사하면서 에어컨ㆍ김치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의 3D도면 등 주요 핵심기술 자료를 이동식 저장장치(USB)와 외장 하드 등을 통해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강 씨는 이 자료를 새 직장인 경동나비엔에 가져와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강 씨에 대한 수사를 벌이던 중 강 씨보다 1년 앞서 경동나비엔으로 이직한 김 씨도 대유위니아의 가전제품 설계 도면을 반출해 사용한 정황을 포착해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경동나비엔은 해당 정보들을 활용해 토털에이케어(TAC) 제품을 개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선고기일은 12월 5일 목요일 오전 9시 5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