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양자 컴퓨터와 터미네이터

입력 2019-11-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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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란 영화를 봤다. 어릴 적 ‘터미네이터2’의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였는데,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기계 인간들은 섬뜩했다.

1984년에 시작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인간이 만든 AI가 인간의 지식과 사고를 넘어서 인간을 지배한다는 설정으로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공지능은 IT 업계에 최근 몇 년 간 화두다. AI가 발전을 거듭하면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직 AI가 갈 길은 멀다. 단적인 예로 AI 비서인 음성인식 스피커 등을 통해 말을 걸면 알 수 있다. 여전히 답답한 구석이 많다.

최근 AI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줄 미래 기술인 ‘양자컴퓨터’가 주목받고 있다.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이나 '앤트맨' 등에 등장한 양자 역학의 원리를 이용한 컴퓨터다.

양자(quantum)란 뭘까. 일반적으로 더 쪼갤수 없는 단위를 '원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화학적 방법으로 쪼갤 수 없을 뿐, 원자도 쪼갤 수 있다. 원자를 쪼개면 극도로 작은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이 나온다. 이들을 통칭하는 표현이 바로 양자다. 양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자세히 연구하는 물리학의 분야를 양자역학이라고 부른다.

양자 컴퓨터로 돌아가 보면, 기존 컴퓨터는 0 아니면 1의 값을 갖는 비트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지만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될 수 있는 ‘큐비트(qubit)’ 단위로 연산한다.

원자보다 작은 물질은 파동과 입자의 두 가지 성질을 가질 수 있고,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 역학의 ‘중첩’ 현상 때문이다. 즉, 0인지 1인지 확정지을 수 없는 상태, 중첩된 상태로 연산을 진행하기 때문에 연산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지난달 구글은 현존하는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릴 계산을 자사의 54 큐비트 양자컴퓨터 ‘시커모어’가 200초 만에 해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아이온큐와 알리오 테크놀리지 등 두 곳의 양자 컴퓨터 개발 스타트업에 연이어 투자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CEO 서밋 2019’에선 삼성이 투자한 아이온큐의 창립자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참가해 양자 컴퓨터를 슈퍼 히어로에 비유했다.

기존 컴퓨터가 정상적 사람이라면, 양자컴퓨터는 아이언맨, 슈퍼맨, 원더우먼 같은 ‘초능력자’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양자컴퓨터 개발은 AI를 고도화 시키고 인류가 풀지 못했던 난제에 접근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 그동안 영화에서 다뤘던 미래상보다 더 발전된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터미네이터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 인류가 더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양자컴퓨터 개발은 신약 개발에 획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체에 약이 들어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해 낼 수 없는데, 양자컴퓨터로는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밖에 소재 개발과 관련된 대형 분자 시뮬레이션, 리스크 분석, 날씨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양자컴퓨터와 AI는 미래 IT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 기술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기술 경쟁은 결국 미래를 변화시킨다.

어릴 때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만화의 내용이 진짜 현실화될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당장 2020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과연 2050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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