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통령, 선거 부정 논란에 결국 사퇴…14년 장기집권 종지부

입력 2019-11-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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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S 감사결과 이어 군·경찰까지 사퇴 요구하자 결국 물러나기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2019년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뉴욕/EPA연합뉴스.
중남미 현역 최장수 지도자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선거 부정 논란으로 약 14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엘데베르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TV 연설에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갈등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무척 가슴 아프다”며 의회에 사의를 전달했다.

이로써 4선 연임에 도전했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선거를 치르고 약 3주 만에 대통령직을 내려놓게 됐다. 지난 20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의 득표율은 40%였다. 2위에 오른 후보보다 무려 10%포인트 앞섰다. 결과만 보면 결선 없이 손쉽게 승리를 쟁취한 셈이다.

문제는 ‘석연치 않은 개표 과정’에 있었다. 선거 당일 처음 공개된 중간 투표 결과만 해도 결선 투표가 예상될 정도로 1·2위 격차가 크지 않았었는데, 갑작스럽게 선거관리 당국이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했다. 그리고 하루 뒤 10%포인트 차이가 나는 투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야권은 이에 반발하며 불복 시위에 나섰다. 그러나 모랄레스 대통령은 선거 부정을 부인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야권의 의혹 제기를 “쿠데타 시도”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미주기구(OAS)가 투표 시스템에 여러 부정과 정보 시스템 조작이 발견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OAS는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모랄레스 대통령이 승리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며 “지난달 선거를 무효로 하고 새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권고했다.

더는 버틸 명분이 사라진 모랄레스 대통령은 선거관리 당국을 개편, 새로 대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당시까지만 해도 “헌법상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내년 1월까지의 임기를 마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오후 군 수장과 경찰 수장까지 나서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하자 결국 대통령직을 내려놓았다.

이에 따라 모랄레스 대통령은 2006년 1월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집권한 이후 약 14년 만에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만약 이번에도 내려오지 않았다면 19년 장기 집권하게 될 참이었다.

같은 날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부통령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각료들도 먼저 줄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당분간 볼리비아에는 불안정한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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