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자료 공개도 없이 '근거없다'만 반복하는 과기부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 단지내 5세대(5G)이동통신 기지국 공사는 몇 달째 중단상태다. 극심한 주민 반대로 설치 자체가 무산될 위기다. 주민들의 주장은 5G시설에서 유해 전자파가 나온다는 것. 5G상용화와 함께 탄생한 이른바 ‘5G괴담’이다.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전국 각지에서 불거지는 기지국 설치 반대 민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손을 놓은 곳들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5G 관련 시설은 과연 유해할까. 전문가들은 실제 해로운 지 보다 모호한 정부의 태도가 괴담 확산의 배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명확한 해명도 없이 ‘안전하다’만 반복중이다. 관련 부처 수장인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조차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5G괴담을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라 일축했다. 하지만 뒷받침할 단 한 건의 자료도 제시하지 않았다.
실제 이투데이는 지난 10월 초 5G 통신관련 시설에서 유해한 전자파가 발생되는 지 여부와 정부의 관련 대책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정보 공개를 신청했다. 한국전파진흥원이 지난 7월 개최한 ‘2019년 5G 전자파강도 측정을 위한 이동통신 관계자 간담회’ 문서와 ‘5G 전자파 인체노출량 평가 장비 구축 사업’ 관련 문건이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문서 공개를 거부했다.다만 간담회 개최 사실과 장비를 구입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만 확인했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5G괴담은 없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근거없는 자신감’이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의 태도는 올해 네이버가 용인에 제2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 주민 반대에 대응한 방식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당시 전자파를 우려하는 항의가 이어지자 네이버는 측정 결과를 공개했고 여론은 용인 주민의 ‘NIMBY(지역이기주의)’로 ‘판정’했다.
이에 반해 정부는 신속한 근거제시는 커녕 상용화 3개월 이후에야 안전성 조사에 나서는 등 ‘뒷북치기’만 계속중이다. 정부가 5G괴담을 불식시키려 했다면 사전에 위험여부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상용화 이후에야 전자파 강도측정을 논의하는 게 순서가 틀렸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부가 5G서비스를 신산업의 대표주자로 꼽고 있어 유해성을 숨기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불거지는 형편이다. 5G괴담으로 발목이 잡힌 관련 산업의 활성화와 국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안전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