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에 따른 ‘페소 약세’ 가속 공포 커져…페소 가치, 올해 59% 폭락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당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는 지난 25일에 전 거래일 대비 0.66% 하락한 59.99페소를 기록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 페소 가치 하락폭은 무려 59%에 이른다.
달러 매수 러시가 심화하는 가운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 가치를 지탱하고자 2억2000만 달러(약 2574억 원)의 외환보유고를 외환시장에 투입하기도 했지만 페소 추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환전상은 지난 25일 오후 3시께 달러가 다 떨어졌다며 문을 닫았다. 평일임에도 직장에 가는 대신 환전하러 몰려든 시민이 많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해당 환전상을 이용한 한 시민은 “선거 뉴스를 보고 불안해 미리 달러를 사들이려 했다”며 달러가 든 가방을 소중히 안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한 현지 리서치업체가 지난 17일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에서 페르난데스 후보 지지율은 54%로, 31.5%에 그친 마크리 현 대통령을 크게 웃돌았다. 아르헨티나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 45% 이상을 획득하거나 40% 이상인 상황에서 2위 후보와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나면 결선투표를 치르지 않고 승자를 결정한다.
포퓰리즘인 ‘페론주의’를 내세운 페르난데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날 대선 이후 페소 가치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있다.
환율규제의 그물망에서 벗어나 있는 암시장에서의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서는 환전상들이 고객을 유치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15년까지 외환 거래가 자유화돼 있지 않아 공식환율과 암시장 환율이 같이 존재했다. 마크리 정권 출범 이후 암시장 거래가 시들해졌지만 최근 불안한 경제 상황에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암시장에서는 페소를 달러로 교환하는 것에 대해 달러·페소 환율을 77페소로 적용하고 있다. 이는 공식환율보다 페소 가치가 10% 이상 낮은 것이다. 암시장은 외환 거래 상한 규제가 없고 신분증도 필요 없어서 불리한 환율을 감수하더라도 당장 달러를 확보하려는 시민이 몰려들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시민이 앞 다퉈 달러 매수에 나서는 것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전과’가 있기 때문. 아르헨티나는 무려 8차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이력이 있으며 달러 예금을 강제로 페소로 환전하기도 했다. 은행도 페소도 믿지 않는 시민이 많은 가운데 2018년 시작된 페소 하락과 이날 대선에서 좌파가 재집권할 것이라는 공포가 달러에 대한 의존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고 닛케이는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