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시대의 직감 경영] 소프트뱅크 잇따른 실패에도 ‘직감’이 중요한 이유는?

입력 2019-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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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알리바바·슈퍼셀 등 직감 적중 성공사례 많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올해 쓰라린 실패를 잇달아 맛보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테크놀로지는 올해 5월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우버 주가는 약 24% 하락했다.

사무실 공유 서비스업체 위워크는 심각한 경영난에 IPO가 무산된 것은 물론 기업가치가 약 80억 달러(약 9조3700억 원)로 정점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해 급기야 소프트뱅크가 경영권을 획득, 전면적인 구조에 나섰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경영자의 동물적 감각에 바탕을 둔 ‘직감 경영’이 여전히 중요하다며 손정의 회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은 직감이 아니라 통계를 바탕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는 “하워드 슐츠의 퇴임 이후에도 스타벅스가 커피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에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 아칸소소아병원 관리자들은 의사결정 속도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14개의 서로 다른 데이터가 있는 대시보드를 들고 다닌다.

그러나 WSJ는 데이터가 중요하게 됐다고 해서 직감 경영을 없애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의 수법은 유명 투자자 워런 버핏보다 영화 스타워즈의 ‘요다’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스타워즈의 유명한 대사인 “포스를 느껴라”처럼 투자기회가 있다는 느낌이 오면 베팅하는 것이 손 회장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올해 우버와 위워크 실패로 현금흐름 분석보다 직감을 중시하는 손 회장의 경영방법에 의문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WSJ는 손정의가 지금까지 직감을 통해 여러 차례의 큰 승리를 거뒀다며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손 회장은 중국 알리바바그룹홀딩과 핀란드 슈퍼셀 등 직감이 적중했던 성공사례가 많다.

손 회장은 1999년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창업자와 단지 5분간 면담하고 나서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해 2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소프트뱅크에 수백억 달러 투자 이익으로 돌아왔다.

또 손 회장은 2013년 당시 무명이었던 게임개발사 슈퍼셀에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한 소식통은 “손 회장이 슈퍼셀 창업자와 자신이 잘 맞는다는 것을 느끼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슈퍼셀은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세계적인 히트를 쳤고 3년도 지나지 않아 소프트뱅크는 86억 달러에 슈퍼셀 주식을 매각했다.

존슨 CEO가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많은 경영대학원에서는 스타벅스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시장 진입에 성공한 이유로 슐츠의 직감을 꼽고 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초창기 돈이 궁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유세장에서 오바마 일러스트가 들어간 시리얼을 40달러에 500박스 판매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 설립자는 이 일화에 강한 인상을 받고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 에어비앤비는 숙박공유로 호텔·여행산업의 혁신을 일으켰으며 기업가치는 310억 달러로 치솟았다.

WSJ는 데이터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의사결정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조작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를 해석하기가 어렵거나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캐시 코지르코프 구글 최고의사결정과학자(CDS)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올바른 것은 아니다”라며 “데이터도 직감처럼 다른 것에 영향 받기 쉽고 기존 편견에 왜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직원들에게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베이조스도 직감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연설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며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항상 본능과 직감, 취향, 기분에 따라 이뤄진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은 앞으로도 그 중요성이 커질 것임은 분명하다. 전설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에드워드 데밍은 “우리는 신을 믿지만 다른 모든 사람은 데이터를 가져와야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직감도 같이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미시간대학 로스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브로피 교수는 “투자는 기본적으로 15세의 야구선수를 보고 장래에 그가 새로운 미키 맨틀(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 선수)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과 같다”며 “예상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벤처캐피털이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손정의 회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많은 투자 판단은 지극히 한정된 정보에 근거해 이뤄진다. 홈런을 치려면 여러 번 헛스윙할 각오가 필요하다고 WSJ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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