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정치적 불확실성...갈 곳 잃은 금융시장

입력 2019-10-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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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회가 19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총리와 유럽연합(EU)이 합의한 브렉시트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연기하면서 금융시장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나 더 추가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무역전쟁과 영국 EU 탈퇴(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등은 투자자들이 직면한 정치적 리스크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20일 지적했다. 시리아에서의 터키 군사 작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공격, 홍콩과 바르셀로나, 칠레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불안 등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어서다.

노스웨스턴대, 스탠포드대, 시카고대 교수들이 고안한 ‘불확실성지수’에 따르면 이 지수는 지난 8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2001년 9월 11일 일어난 미국 동시다발테러와 홍콩에서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유행, 유럽 재정위기, 2016년 미국 대선 등 과거 굵직한 사건 때보다 높았다.

▲ 출처:WSJ
이 지수의 고안자 중 하나인 스탠퍼드대 닉 브룸 교수는 “오래전 수준과 비교해도 불확실성은 확실히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의 저성장과 소득격차 확대라는 ‘독성의 조합’이 정치면의 불확실성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에 초점을 맞춘 불확실성지수는 올해 들어 100 근처까지 급상승했다. 1996년부터 2018년까지의 평균 수준은 2였다.

자산운용사 뉴버거버먼의 에릭 크누첸 멀티클래스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을 크게 움직이는 정치 리스크 수준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크누첸은 자신은 최근 현금 보유 비율을 늘리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증시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다른 주요 중앙은행보다 금리 인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미국이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유럽이나 일본에 비하면 전망이 훨씬 좋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최근 몇 개월 동안 정치와 무역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로 기업 실적을 주시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와 무역의 불확실성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또 자산 클래스 사이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모멘텀이 역전하면 다양한 자산 클래스가 일제히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2018년 후반부터 나타났다. 당시에는 투자 심리가 약화하고, 무역 정책과 금리 관련 뉴스로 전 세계 주식 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번스타인리서치의 마이클 파커 아시아태평양 전략 책임자는 “어떤 의미에서 지금은 말 그대로 어디로든 도망갈 곳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S&P500기업 중 150개사가 향후 2주 안에 실적을 발표한다. 이번 분기 S&P500지수 구성 기업들은 순이익이 2016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다보니 번스타인리서치는 최근 정치 관련 뉴스 동향을 쫓는 대신 다양한 거시 경제지표를 이용한 퀀트 전략 모델을 개발했다. 파커는 “이 모델은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시장(일본 제외)에 밝은 전망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로서 뉴스 정보를 차단하라고 조언할 수는 없지만, 뉴스 제목에 반드시 나타나지 않는 다른 재료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률 변동에 대비해 리스크 회피를 위한 안전한 투자처와 선물, 옵션을 포함한 헤지 거래에도 대비하고 있다. 내티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에스티 드웩 글로벌 마켓 스트래티지스트는 “변화가 심한 지정학적 상황 때문에 금과 일본 엔화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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