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농장...정부는 존재조차 몰랐다

입력 2019-10-02 16:16수정 2019-10-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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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역학 조사 불가피…농식품부 '파주 상황, 강화보다 심각'

(사진 제공=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1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돼지 농가를 방역 당국은 최근까지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 농가의 존재를 먼저 인지한 곳은 농식품부가 아니라 환경부다. 최근 환경부가 야생 멧돼지를 예찰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비닐하우스를 발견했고, 이를 다시 경기도 위생시험소가 점검하는 과정에서 농가 존재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이 드러났다.

이 농가는 산속 비닐하우스 안에 철망을 설치, 흑돼지 18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축산법에 따르면, 돼지 사육 농가는 사육 규모에 따라 농장을 신고(50㎡ 이하)하거나 허가(50㎡ 이상)받아야 하지만 이 농가는 축사(畜舍)를 미등록 상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 농가의 방역 태세는 엉망이었다. 야생 멧돼지 접근을 막기 위한 울타리도 없었고, 농장주 진술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해도 돼지에게 잔반을 먹였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야생 멧돼지나 잔반을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핵심 전파원으로 꼽힌다. 현행법이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거나 돼지에게 잔반을 먹이는 양돈 농가에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이유다. 이 농가의 존재를 몰랐던 방역 당국은 처벌은커녕 위법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농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지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농가가 미등록 농가인 탓에 방역 당국은 이 농가가 다른 지역의 돼지 농가와 어떤 역학 관계가 있는지, 이 농가에서 돼지가 출하됐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장주의 진술에만 의존해 역학을 추정하고 있는 상태다. 이 농가와 다른 농가 사이를 오가는 차량이 있었거나, 이 농가에서 돼지고기가 출하됐다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여기에 파주시에서 잇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면서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지금까지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 11건 중 1ㆍ4ㆍ10ㆍ11차 발병 농가가 파주에 있다. 여기에 파주 문산읍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돼 정밀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살처분 대상에 오른 돼지 11만5736마리 중 절반가량(5만7543마리)이 파주시에서 기르던 돼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 파주시에선 11만여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파주의 상황을 강화보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5~9차 발병 농가가 밀집했던 인천 강화군에서는 군내에서 기르던 돼지 3만8000여 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강화군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농식품부는 2일 오전 3시 30분을 기해 경기와 강원, 인천 지역에 48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발령했다. 이 지역에선 4일 오전 3시 30분까지 돼지와 관련 인력ㆍ차량의 이동이 제한된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순까지 운영키로 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권역의 운영 기한을 더 늘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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