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업계, 트럼프 反이민정책에 인재 확보 ‘빈익빈 부익부’

입력 2019-09-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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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IT 인재 수급 반 토막…‘GAFA’, H1B 비자 통한 해외 인재 확보 28% 급증

▲H1B 비자 발급 통한 미국 IT 인재 수급 추이. 단위 만 건. 위에서부터 인도계 IT 대기업들/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 화살표는 트럼프 정권 이후.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정책’에 현지 IT 업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이 비자 발급을 엄격하게 하면서 인도계 인재 채용이 급감했지만 이른바 ‘GAFA’로 불리는 구글과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애플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은 높은 보수를 지렛대로 해외 인재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미국은 그동안 고급 전문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취업비자인 ‘H1B’로 전 세계 IT 인재들을 끌어모았다. 그 중 인도 출신은 무려 70%에 이른다.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 교육사업 창업을 추진하는 한 일본인 사업가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출신 기술자 채용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정권 하에서 3주 걸리던 H1B 승인이 무려 4개월 걸렸다”며 “기술자 연봉을 당초 8만 달러에서 약 13만 달러(약 1억5600만 원)로 올리고 나서야 채용할 수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정권은 2017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H1B 비자 심사를 엄격하게 했다. 미국 이민국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17년 10월~18년 9월) H1B 승인 건수는 총 33만5000건으로 전년도보다 10% 감소했다.

고용주 기업 별로는 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IT 서비스 기업들의 급감이 눈에 띈다. 인포시스와 타타컨설턴시서비스, 코그니전트테크놀로지솔루션스 등 인도계 대기업 3개사는 H1B 신청의 주요 단골이었지만 지난해 승인 건수는 3사 합계로 전년보다 59% 급감했다.

H1B 비자에 대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저렴한 임금으로 확보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미국인과 경합할 것 같은 ‘중간 수준 기능·소득’ 계층에 대해 H1B 발급을 크게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만큼 고학력과 고임금의 해외 인재를 ‘GAFA’가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 4개사는 H1B 비자 승인을 받은 건수가 지난해에 전년보다 총 28% 급증해 상기 인도계 대기업들과의 격차가 크게 축소됐다. 상대적으로 H1B 비자 발급이 쉬운 고임금의 인재를 확보한 영향이다.

GAFA의 비자 신청 대상자 연봉 중간값은 12만~15만 달러로, 인도계 대기업의 약 8만 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도 보상을 올리는 등 인재 확보에 혈안이 됐다.

즉 박사급의 고학력에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뛰어난 해외 인재들은 실리콘밸리 대기업이 싹쓸이 해버린 반면 중간급 인재들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진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의 이런 변화가 다른 나라에는 IT 인재를 얻을 기회가 된다. 캐나다와 영국이 현재 인재 포섭에 나선 상황이다. 유연한 급여체계 마련이나 처우 개선을 서두르지 않으면 이런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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