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폭탄'은 옛말… '고덕 그라시움' 매매ㆍ전세 '강세' 이유는

입력 2019-09-30 06:20수정 2019-09-3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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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신축 몸값 '쑥'…전세 물량도 줄어 가격 '꿋꿋'

이달 30일부터 입주하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아파트는 5000가구에 육박하는 초대형 단지다. 그런데 분양권과 입주권 매물이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아파트 매매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전셋값도 굳건하다. 입주를 앞두고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 시세가 하락할 법도 한데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이다. 부동산 규제가 낳은 역설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그라시움은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초역세권에 지하 3층~지상 35층짜리 53개동에 총 4932가구(전용면적 59~175㎡)로 이뤄진 매머드급 단지다. 서울에서 올해 입주하는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다.

통상 대단지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매매·전셋값은 약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고덕 그라시움은 분위기가 딴판이다. 전용면적 59㎡짜리 분양권은 최근 10억5000만 원에 팔렸다. 지난 5월만 하더라도 8억500만~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이 아파트는 최고 13억500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전용 84㎡ 분양권은 이달 13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최고 분양가(8억2800만 원)보다 67%, 최저 분양가(7억1500만 원)보다 무려 93%나 오른 것이다. 현재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14억5000만~15억 원 선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에도 적용되면 새 아파트 공급이 적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신축 단지인 고덕그라시움의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입주를 앞둔 집주인들이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갈수록 많아질 것으로 예상해 매매가를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높게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이 치솟고 있는데도 매물은 많지 않다. 고덕동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사려는 사람은 적지 않은 데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달 30일부터 입주하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제공=대우건설)

전세시장도 입주를 앞두고 상승 분위기다. 이 아파트 전용 59㎡ 전셋값은 4억~4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달 초 전세금이 3억 원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꽤 오른 셈이다. 전용 84㎡도 5억5000만원~7억원 선에서 물건이 나오고 있다. 최고 호가 기준으로 한달 전보다 5000만~7000만원 올랐다.

매매값이 너무 올라 집을 사려고 했던 이들이 전세로 돌아서면서 전셋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추석이 지나고 잠시 전세 시세가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사전점검 이후 물량이 거의 다 빠졌고, 시세도 더 견고해졌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2년 보유에서 2년 거주로 바뀌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내놓지 않고 직접 살려는 사례가 늘면서 전세 물건이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전셋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주택자들이 시세보다 훨씬 싼 ‘로또 분양 단지’를 기다리며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면서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입주 물량이 많으면 매매·전세 가격 내려간다는 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입지 좋은 서울 주요 지역의 경우 아무리 물량이 많아도 진입 수요 역시 넘쳐나는 만큼 매매값과 전셋값이 쉽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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