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침체’ 대형마트업계 “전통시장 경쟁자는 우리 아닌 ‘이커머스’”

입력 2019-09-23 18: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유통시장 패권 온라인으로 이전...영업ㆍ출점규제는 이커머스와 형평성 어긋나"

소비 패턴의 변화로 유통 채널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2010년대 초반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구던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대형마트’라는 이슈 자리에 ‘대형마트·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위협하는 이커머스’라는 이슈가 자리잡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커머스 시장은 현재 100조 원을 넘어 120조 원을 바라보지만, 대형마트 업계는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장기 침체 빠진 대형마트, 위기감 고조=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7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마트는 분기 사상 처음으로 올해 2분기 할인점 사업 영업이익이 지난해 558억 원에서 -43억 원으로 적자전환했고, 롯데마트도 2분기 영업손실이 전년 대비 24% 늘어난 339억 원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비상장 회사여서 2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출액은 전년보다 3.67% 줄어든 7조 6598억2292만 원, 영업이익은 57.59% 감소한 1090억 8602만 원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의 이같은 실적 부진은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밀린 결과다. 이커머스 업계가 배송 시장에 적극 뛰어들며 원하는 물건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대형마트의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 이커머스 업계는 대형마트의 강점이던 신선식품까지 배송하면서 대형마트의 시장을 잠식했다. 이에 대형마트 업계는 올해 초부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초저가 전략을 펴고 있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며 배송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대한상의가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를 재검토해 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공식 요구한 것은 이같은 대형마트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적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서고 매장 문을 닫아야 하는 대형마트의 현 상황으로 볼때 더 이상 유통업계의 ‘포식자’가 아니라 ‘의무휴업의 피해자’라는 점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침체는 더 이상 대형마트 때문이 아니라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유통 채널이 이커머스로 옮겨간 탓”이라며 “이제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온라인, 모바일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인데, 대형마트만 규제를 받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영업제한은 이커머스와 형평성 안맞아”=특히 대형마트업계는 실적 부진의 타개책으로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기존 서울 10개 구에서만 가능했던 ‘새벽배송’ 서비스를 경기 일부 지역을 포함한 17개구로 배송 권역을 넓히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비효율 매장을 온라인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는 등 당일 배송 100%에 도전할 계획이며, 홈플러스는 온라인 창고형 마트 ‘더 클럽’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2012년 시작된 ‘영업제한’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2010년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SSM 등 대규모 점포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등록제한’부터 시작됐는데 이후 의무휴업일 지정, 특정 시간 영업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영업제한’까지 확대됐다. 대형마트는 현재 밤 12시 이후 영업 금지, 한 달에 2번 의무 휴업을 지키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규제 중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바로 영업제한이다. 밤 12시 이후에 문 닫아야 하고, 한 달에 두 번씩 의무 휴점해야 하니까 이커머스 업계에 대항해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려고 해도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경쟁이 안 된다”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매장 문을 닫는 시간이 길어지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규제를 풀어줘야 이커머스와의 배송 경쟁에서 뒤처졌던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형마트 업계는 출점 제한 완화로 매출 감소 역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중소기업학회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 출점 규제 도입 후 중대형 슈퍼마켓(연매출 50억 원 이상)의 점포수와 매출 점유율은 크게 늘어난 반면 대형마트와 소규모 슈퍼마켓(연매출 5억원 미만)은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도시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대형마트가 입찰 제안을 할 수가 없는 게 주변에 전통시장이 있기 때문”이라며 “점포가 많아야 매출도 커지는데 신규 출점에 제한이 있으니 매출이 지속해서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